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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수위 높이는 北…5년만에 `일본 통과` IRBM 발사, 다음은?

김성훈,박인혜 기자

김성훈,박인혜 기자

입력 : 
2022-10-04 17:31:23
수정 : 
2022-10-04 2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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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거리 4500㎞로 역대최장
탄두중량 조절해 사거리 늘려
괌 美기지 타격능력 과시한듯

尹, NSC서 `상응 조치` 지시에
F-15K·F-16 공격편대군 비행
◆ 北 미사일 도발 ◆

사진설명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북한 미사일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윤 대통령, 이종섭 국방부 장관. [사진 제공 = 대통령실]
북한이 4일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한·미·일에 대한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간 것은 2017년 9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는 일본은 물론 미국령 괌 등에 대한 포위·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강화되는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 구도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모한 (북한의) 핵 도발은 우리 군을 비롯한 동맹국과 국제사회의 결연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추가 제재 등 대응조치에 나섰다.

한미는 이날 오후 북한의 IRBM 도발에 대응해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과 정밀폭격 훈련을 하며 대북 무력시위를 펼쳤다.

합참은 한국 공군의 F-15K 4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가 이번 비행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국 측 F-15K는 서해 직도사격장의 가상 표적에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 2발을 발사하는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JDAM은 발사된 이후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활용해 목표물까지 정확하게 날아가 타격하는 유도무기다.

합참은 이번 훈련에 대해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동맹의 압도적인 전력으로 도발 원점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응징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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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7시 23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돼 동쪽 방향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I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4500여 ㎞, 고도가 970여 ㎞, 속도는 약 마하17(시속 2만808㎞)이라며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이번 도발이 유엔의 보편적 원칙과 규범을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지적했다. 이어 "미국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측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추진해 나가라"고 지시했다고 안보실은 전했다.

북한이 IRBM을 쏜 것은 지난 1월 30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 이후 8개월 만이다. 합참이 탐지한 미사일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화성-12형을 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탐지된 발사 원점도 지난 1월과 같았다. 당시 북한은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해 동해상으로 최대고각발사체제로 사격시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했고, 비행거리가 약 800㎞, 고도는 약 2000㎞로 파악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에는 미사일을 정상 각도(30~45도)로 쏴서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로 알려진 5000㎞에 근접한 비행 궤적을 그렸다. 북한이 그동안 발사했던 탄도미사일 가운데 실제 비행거리가 가장 긴 수준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상승 각도와 탄두중량을 조절해 사거리를 4500㎞까지 늘렸을 것으로 분석했다. 장 교수는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미사일의) 액체엔진 성능을 최적화해 사거리 성능도 일부 개선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북한은 정치·외교적 문제를 고려해 가능하면 고각발사를 통해 미사일을 시험했지만 (이번의) 정상 궤적 발사는 그만큼 의도적으로 위협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측이 이날 IRBM 발사로 한반도 긴장 수준을 더욱 고조시키면서 추가적인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이) 한·미·일 해상훈련에 강대강 무력시위로 맞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핵실험의 길을 닦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성훈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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