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손 등 4개州 합병 강행
"美도 이미 핵무기 사용 전례"
핵사용 명분 쌓기 해석도
바이든 "절대 절대 절대 안돼"
유엔도 점령지 주민투표 비판
"美도 이미 핵무기 사용 전례"
핵사용 명분 쌓기 해석도
바이든 "절대 절대 절대 안돼"
유엔도 점령지 주민투표 비판
전쟁 상대방인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대화 여지도 남겼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 즉각 군사행동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2014년에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합병할 때와 똑같은 영토 편입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내부 사정이나 서방 측 반응은 당시와는 전혀 다르다. 러시아는 전비 증가와 서방의 제재로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동원령이 내려지자 정권을 향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합병 절차를 서둘렀던 배경에는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게 정치적 치적을 쌓고 미국과 유럽을 향해 핵무기 사용 명분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동원령 이후 잘못된 징집 사례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검찰총장에게 조사를 지시했다. 그가 이례적으로 정책 오류를 시인한 것은 지지율 반등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부분동원령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실수가 바로잡혀야 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불법 동원 사례를 조사해 잘못 징집된 이들을 귀가시키고, 검찰총장이 위반 사례에 대해 즉각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동원령 집행 과정에서 노인, 환자, 장애인 등 복무가 불가능하거나 면제된 이들까지 무차별로 징집하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을 재건하겠다며 러시아 국민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는 독립국가연합(CIS) 정보기관장 회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 및 옛 소련 땅에서의 갈등 격화는 소련 붕괴의 결과"라며 "러시아는 옛 소련 영토에서 영향력을 다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시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은 특히 러시아의 점령지 병합에 대응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으며 이번 병합과 맞물려 있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남태평양 도서국과의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절대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절대(never)'라는 단어를 세 번 연속으로 사용했으며 "이른바 주민투표는 완전한 가짜이고 그 결과 역시 모스크바가 조작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함께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자국 영토를 수호하려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병합 작업 완료를 선언하면 그 이후로는 해당 지역을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러시아 영토에 대한 침범으로 간주하고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특히 푸틴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에 주목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동향을 사전에 포착하기 위한 정보 감시 활동을 강화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실시된 주민투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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