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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상수지 안전판인데…포스트 코로나 관광전략 없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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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입국등 관광 빗장 여는 日과 대조

관광공사 사장 5개월째 공석
내년 관광예산도 2천억 삭감
출입국 절차 까다롭고
K컬처 열풍 제대로 활용못해
해외관광객 유치 뒷짐만

8월 경상적자 전환 우려 커
관광으로 달러확보 시급
◆ 경상수지 비상 ◆

사진설명
경상수지 적자 전환 및 적자폭 결정의 주요 변수가 된 여행수지 적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징어게임·BTS 등 K컬처가 세계적으로 약진하면서 '여행업 호재'를 맞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광 전략을 세워야 할 컨트롤타워인 한국관광공사의 사장 자리는 5개월째 공석이고 문화·관광 분야 대표 연구기관인 문화관광연구원은 전임 원장이 지난 7월 퇴임한 후 자리가 비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관광부문은 국가 예산(1조2261억원)까지 2000억원가량 줄며 '관광 홀대'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비중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8월 내국인 승객 출국자는 64만1429명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8월의 25.9% 선까지 올라갔지만, 8월 외국인 승객 입국자(22만9437명)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회복률이 15.1%에 그쳤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유전자증폭(PCR)검사는 큰 장벽으로 다가온다"며 "PCR검사 의무화만 사라지더라도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내·외국인들은 24시간 이내에 PCR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한국관광학회장)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업계에서 빠져나간 인력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관광 생태계 자체가 붕괴했다"고 분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웃 국가인 일본은 전략적인 관광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공격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관광 입국' 슬로건을 내걸고 한국과 중국 관광객 비자발급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완화와 맞물려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인 우리나라 수요자들에게도 당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인 티몬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일본 주요 도시의 항공권 예약상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73배(7196%) 증가했다. 해외 인기 여행지 순위도 일본의 오사카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상위 6대 도시 가운데 일본이 3개 도시(도쿄·후쿠오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이 매년 약 50억달러의 여행비를 써온 일본이 입국 빗장을 풀며 한국의 여행 적자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한국 자체 관광 매력이 떨어지며 경상수지 적자 요인이 커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웃나라인 일본이 관광 문턱을 낮추며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관광 수요가 일본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민간연구기관인 미즈호리서치앤드테크놀로지는 관광규제 전면 해제로 내년에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코로나19 직전 해(2019년)의 절반인 1530만명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오히려 여행산업에서 해외로 유출되는 돈이 한국의 대외 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 적자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이 물건을 사고팔아 번 성적표인 상품수지는 지난 7월 10년3개월 만에 처음 적자(11억8000만달러)로 돌아섰다. 8월에는 전체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최근 "주요 선진국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8월 경상수지가 다소 우려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문제는 원화값 추락 등 어느 때보다 대외 위험이 커진 상태에서 해외 투자자가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한국 신용도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370억달러에 그쳐 역대 세 번째로 많았던 지난해(883억달러)에 비해 58% 급감할 것으로 봤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전망은 340억달러로 더 좋지 않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여행수지가 늘면 그 자체로 경상수지 증가에 도움이 되고 국가 이미지가 높아지는 효과가 더해진다"며 "다른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 상승 등 무형의 편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 20년간 개별수지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여행수지가 1억달러 늘 때 경상수지는 1억8800만달러 불어나 영향이 가장 컸다.

[김정환 기자 / 김정석 기자 /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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