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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은행까지 `도미노 부실` 그림자…BNP파리바 자본금 357억 수혈

문재용,김유신 기자

문재용,김유신 기자

입력 : 
2022-09-28 17:53:40
수정 : 
2022-10-06 17: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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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지표 BIS비율 악화
원화값 하락에 자본비율 뚝
기업대출 부실가능성도 커져
◆ 금융시장 대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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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원화값이 급락한 탓에 은행권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악화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자본금을 황급히 20%나 늘리는 은행까지 등장했다. 시장 변동성 확대로 평소에는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이 벌어지며 본격적인 위기의 전조 증상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BNP파리바은행 서울지점은 지난 27일 갑기금(외국계 은행이 본사로부터 들여오는 자본금)을 357억4250만원 증액했다. 이로써 자본금은 기존 1958억500만원에서 18.2% 늘어난 2315억4750만원이 됐다. BNP파리바은행 서울지점은 자본금 증액 사유에 대해 "영업 규모의 증가와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위험가중자산의 증가로 자기자본비율이 저하됐다"며 "안정적인 자기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갑기금 증액을 본사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액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최근 환율 변동으로 BIS 비율이 하락하는 것은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 액수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은행이 기업에 외화로 내준 대출이 있는데 달러당 원화값이 급락하면 기업 입장에서 상환해야 할 액수가 증가한다. 그 결과 상환이 어려워지는 기업이 늘어날 경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자산도 증가하는 구조다.

은행권이 외환 파생상품에 투자해둔 금액에서 위험자산이 증가하고, 각종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금액이 일제히 늘어나는 것도 BIS 비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BNP파리바은행 서울지점은 BIS 비율의 분모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분자에 해당하는 자본금을 20% 가까이 긴급 수혈한 셈이다. BIS 비율이 일정 수준을 밑돌면 금융당국으로부터 배당 제한을 비롯해 각종 시정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 지점들은 자본 규모가 작은 반면 외화자산은 많은 탓에 환율 변동에 BIS 비율이 더욱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국내 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방법이 여의치 않으면 본점에 손을 벌리게 된다"며 "시장 전반에서 외화 차입이 어려워진 여파일 수 있다"고 전했다.

외화자산 보유 비중이 높은 한국수출입은행도 같은 이유로 BIS 비율이 악화돼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우려가 제기됐다. 수출입은행의 BIS 비율은 14.1%로 6개월 새 0.6%포인트나 하락했다.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잔액은 1조4234억원 수준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BIS 비율도 악화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29%로 3개월 전보다 0.23%포인트 하락했다. 감독당국의 규제 기준은 10.5%다. 금감원은 환율 변동에 더해 채권 평가 손실로 인한 자본 감소까지 겹치며 대부분 은행에서 자본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 신종자본증권 3500억원을 발행해 BIS 비율을 0.21%포인트 끌어올린 바 있다.

BIS 비율 하락이 아직 심각한 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외화 유동성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와 이익이 서로 상쇄되며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자산을 구성하고 있다"면서도 "건전성 문제보다 외환 유동성 쪽에서 먼저 문제가 벌어질 수 있어 관련 지표를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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