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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영화 아마겟돈 현실로…인류, 소행성 요격

권한울,이새봄 기자

권한울,이새봄 기자

입력 : 
2022-09-27 18:00:43
수정 : 
2022-09-28 0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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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쌍소행성 궤도수정` 실험

콜로세움 크기 지름160m 행성
1120만㎞ 거리 정확히 측정해
우주선과 충돌 시키는데 성공

4700억 투입된 프로젝트 순항
"공상과학을 사실로 바꿨다"

궤도 변화 여부 몇주뒤 판가름
한국 8개 망원경도 관측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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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이 소행성에 충돌하자 NASA 직원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 [사진 제공 = NASA]
우주로 날아간 우주인들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을 폭파시켜 인류를 구한다는 내용의 1998년 공상과학(SF) 영화 '아마겟돈'이 24년 만에 현실이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6일 오후 7시 14분(한국시간 27일 오전 8시 14분) 쌍(雙)소행성 궤도 수정 실험(DART·다트)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했다고 밝혔다. 미국 메릴랜드주 존스홉킨스 응용물리학연구소에 모인 NASA 연구원들은 "우리가 해냈어"라며 일제히 환호했다. 인류 최초의 소행성 방어 실험이 성공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NASA는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이 실험의 충돌 과정을 충돌 1시간 전부터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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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 우주선은 10개월간 우주 비행을 거쳐 지구에서 약 1120만㎞ 떨어진 심우주에서 목표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시속 2만2000㎞(초속 6.1㎞)로 충돌했다. 지름 160m, 무게 50억㎏인 소행성 디모르포스는 지름 780m의 더 큰 소행성 디디모스를 돌면서 동시에 태양 주위를 선회한다. 디모르포스는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크기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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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에 장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디모르포스. [사진 제공 = NASA]
빌 넬슨 NASA 국장은 "우리는 행성 방어가 지구 차원의 노력이며 우리 행성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공상과학을 과학적 사실로 바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리 글레이즈 NASA 행성과학 책임자는 "위험한 소행성 충돌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춘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는 초대형 소행성이 18일 뒤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NASA 예측에 소행성에 폭탄을 매설한 뒤 폭발시켜 지구를 구하는 내용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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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와 충돌하기 직전에 찍은 사진 [사진 제공 = NASA]
지난해 11월 말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자판기 크기의 이 우주선은 충돌 4시간 전에 약 9만㎞ 밖에서 '스마트 항법' 비행 체제로 전환했다. 관제팀 개입 없이 카메라에 의존해 점으로만 확인된 쌍소행성계를 향해 자율비행을 했다. 우주선은 충돌 직전 디모르포스와 약 1.2㎞밖에 떨어지지 않은 디디모스를 지난 뒤 자갈이 깔린 디모르포스 표면을 촬영한 이미지를 마지막으로 전송하고 신호가 끊겼다. 인류가 소행성과의 잠재적 충돌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실제 소행성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3억3000만달러(약 4700억원)가 투입된 이번 충돌로 디모르포스 궤도가 실제 바뀌었는지는 앞으로 수 주에 걸쳐 지상과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디모르포스는 그리스어로 '쌍둥이'를 뜻하는 디디모스를 11시간55분 주기로 공전하는데, 이번 충돌로 약 1%인 10분가량 공전주기가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는 지구에 4800만㎞ 이내로 접근하는 지구근접천체(NEO)로 분류돼 있지만 지구 충돌 위험은 없으며, 이번 충돌 실험으로도 그 가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NASA는 강조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이는 세계 최초의 지구 방위 실험"이라며 "임무 그 자체가 지구 방위에 목적을 두고 있는 데다 미사일 요격 기술이 녹아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이번 충돌 실험 관측에 참여하고 있다. 천문연은 한국의 보현산천문대와 소백산천문대, 미국 레몬산천문대 등에서 망원경 총 8개를 가동해 전 세계 연구팀들과 함께 충돌 이후의 변화를 추적한다.

DART와 같이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한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중국 역시 지난 4월 정부 차원에서 행성 방어 계획을 마련하고 소행성 위협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한울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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