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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원자재값에 수출할수록 적자" 中企도 난리

양연호 기자

입력 : 
2022-09-27 18:00:00
수정 : 
2022-09-27 21: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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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수입·가공 中企 직격탄

알루미늄 수입가격 2배 폭등
경기침체 우려에 납품도 줄어
中企 30% "원화값 폭락 피해"
◆ 재계 비상경영 ◆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할수록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환율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조업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처지입니다." 북미 시장에 에너지용 강관을 수출하는 강관 업체 A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어서자 비상이 걸렸다. A사는 달러당 1100원으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잡았는데,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큰 폭의 실적 추정치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는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체 매출로 보면 고환율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아도 사업부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수입 원자재를 사용해 완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하거나 납품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타격이 큰 상황이다. 국내 한 석유화학 분야 중견기업 관계자는 "수출로 상쇄되는 부분도 있지만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사업부는 고환율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욕실기구를 수입해 국내 건설사에 납품하고 있는 B사도 최근 손해를 보면서 물건을 팔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 욕실과 화장실 등에 납품하는 물품 단가는 시공사와 계약을 통해 준공 1~2년 전에 미리 정해진다. 그러나 수입 비용은 최근 달러 가치 상승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B사 대표는 "환율이 오르면서 추가 비용으로만 수십억 원을 더 지불하게 됐다"며 "수입 원가가 판매가격을 웃돌면서 팔수록 적자를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알루미늄 창호 납품 중소기업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루미늄의 경우 강달러로 인해 원화로 환산한 수입가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폭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제조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북미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 국내 제조업체 C사는 최근 협력업체들에서 환율연동제를 적용해 공급 단가를 조정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내부 검토에 나섰다. 달러 가치 상승으로 협력업체의 원재료비 매입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는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가 오르더라도 수출이나 납품을 확대해 원화 환산이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이게 된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이 같은 상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6월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곳 중 3곳은 고환율에 따른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주요 피해 요인으로는 원자재 비용 증가(78.1%)와 물류비 부담 심화(43.2%) 등이 꼽혔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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