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증권

반대매매 쏟아지는 증시…`빚투 19조` 절반이 코스닥

박윤예,강민우 기자

박윤예,강민우 기자

입력 : 
2022-09-27 17:55:19
수정 : 
2022-09-27 23:02:26

글자크기 설정

코스닥 종목 13%인 193개
신용잔액률 5% 넘어 위험

태양광 등 테마주 위주로 투자
주가 급락기 반대매매 악순환

주요 증권사 담보부족 계좌
하루만에 45% 가까이 늘어
사진설명
강달러와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 공포가 커지고 있다. 증시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에 더해 이자 부담까지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빚투'에서 발을 뺄 경우 하락이 하락을 부르며 패닉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증시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자칫 증시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용잔액률이 5% 이상인 종목의 경우 증시가 하락할 때 낙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닥 1499개 종목 가운데 193개(12.9%)가 신용잔액률이 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잔액률은 신용거래 매수량을 전체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상장된 총주식 중 신용으로 산 주식 수량의 비율을 말한다.

기관, 외국인보다 개인 투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이 '빚투'에 취약한 이유는 개별 종목의 시가총액이 작은 데다 일부 종목은 투기적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신용융자 잔액(18조8928억원) 가운데 코스닥시장 잔액이 절반에 가까운 8조8649억원을 차지했다. 코스닥시장 시총(316조원)이 코스피(1750조원)의 5분의 1도 안되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에 빚투가 쏠린 셈이다.

신용잔액률이 5% 이상인 193개 종목 중에는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테마주들이 적지 않다. 특히 방산, 로봇, 원전 등 최근 뜨고 있는 업종과 관련된 종목들이 주목을 많이 받는다. 단기간에 수익률을 높이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시총이 작은 종목들은 지수 급락 때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반대매매 대상이 될 리스크는 그만큼 더 높다.

시총이 상대적으로 큰 코스닥 종목 중에는 반도체 및 통신기기용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심텍(시총 9938억원)의 신용잔액률이 5.95%로 나왔다. 게임 업체 컴투스는 5.5%로 집계됐다. 두 종목의 주가는 연초에 치솟은 뒤 급락했는데 신용융자까지 동원한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삼천당제약(5.47%), 바이오니아(6.12%) 순으로 나왔다.

문제는 신용잔액 물량이 증시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의 투매로 주가가 급락하고 반대매매가 쏟아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잔액률이 올해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낮아지지 않은 점이 수급 측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반대매매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체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초 23조원대를 찍은 후 지난 7월 17조원대까지 줄었으나 최근 18조~19조원대로 다시 증가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증권사 3곳의 담보부족계좌를 조사한 결과 지난 23일에 전날 1만2608개에서 1만8260개로 하루 만에 45%가량 급증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담보부족계좌 숫자가 이달 중순과 비교해 최근 두 배 넘게 늘었다"고 전했다.

담보부족계좌는 빚을 내서 산 주식 가격이 단기간 급락해 증권사가 정한 담보비율 밑으로 자산 가치가 떨어진 계좌를 말한다. 만약 2거래일 이내에 현금을 채워넣지 못하면 증권사에서 강제로 주식을 청산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이때 전날 종가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주문이 이뤄지기 때문에 반대매매는 장 초반 지수 급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7일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63억원, 코스닥에서는 1749억원을 팔아치웠다. 반대매매 물량과 함께 담보부족 리스크에 미리 매도한 물량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박윤예 기자 / 강민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