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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노동자 권리·기업 책임만 강조…경제계 "위험한 발상"

김정환,전형민 기자

김정환,전형민 기자

입력 : 
2022-09-21 17:58:27
수정 : 
2022-09-21 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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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쟁` 사라진 교과서 초안

文정부 때 임명된 연구진 작성
尹대통령 시장경제 기조 역행

경제총괄 기재부 이례적 제동
30일 공청회서 의견 개진나서
사진설명
'자유경쟁'은 신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이 내건 핵심 개념으로, 경제학의 기본으로 통한다. 신자유주의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 기능에 방점을 둬 경제 활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류 경제학이다. 이 사조 속에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처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학자들이 배출됐다.

하지만 초·중·고등학생들이 배우게 될 교과서 집필 기준 초안인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주류 경제학의 핵심 기조인 자유경쟁 개념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 무색하게 자유경쟁에 대한 내용이 개정 교과서에서 빠질 상황에 처한 것이다.

예컨대 현재 중학교 3학년 사회 과정에는 '자유 시장 경제에서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고,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태도를 갖는다'는 단원 과제가 있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는 '자유 시장 경제'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경제생활에서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설명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에 대해 토의한다'는 문장이 들어갔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육과정에는 '여러 경제활동의 사례를 통하여 자유경쟁과 경제정의의 조화를 추구하는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특징을 설명한다'는 부분에서 '자유경쟁'이라는 대목이 삭제됐다. 그 대신 '시장 경제에서 가계와 기업의 역할을 이해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탐색한다'며 노동자 권리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구가 포함됐다.

고등학교 교양 과정인 '인간과 경제활동'에서는 '소득 분배의 다양한 원리를 탐구하여 실생활 사례에 적용한다.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을 추구하는 경제 공동체의 사례를 통해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탐구한다'는 식의 소득 분배를 강조하는 문장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경제계 의견을 수렴해 "현행 교육과정에 명시돼 있던 자유경쟁이 삭제되고 경제정의와 소득 분배가 부각돼 편향되게 기술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와 경제계는 일제히 우려감을 표했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자유경쟁은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이념"이라며 "이를 교과과정에서 삭제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경제 교과는 차기 우리나라 경제 주축이 될 학생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신중하고 균형 잡힌 경제 개념을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교육과정 시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구성한 연구진이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명분으로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하겠다'며 공모를 통해 연구진을 구성했다.

시안을 만드는 정책 연구진의 개별 인적 사항과 인원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연구진이 전체 방향과 뼈대에 해당하는 '총론'과 과목별 '교육과정'을 개발해 공개하면 공청회와 토론회 등 의견 수렴 과정과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교육과정심의회, 국가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최종 수정안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서 최종 심의·의결하면 교육과정이 확정된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지난달 공개하고 지난 13일까지 전문가와 학계,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했다. 시안은 오는 30일 예정된 공청회와 각종 위원회의 심의, 이후 예정된 국교위의 최종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 관련 교과에서 자유경쟁이 빠진 데 대한 경제계 의견을 취합해 교육부에 전달한 만큼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재 나온 교육과정 시안이 달라질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연구기관과 함께 지속적으로 경제계 목소리를 교육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김정환 기자 /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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