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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녹색에너지 된 K원전…해외수주·신규사업 투자에 `탄력`

박동환 기자

입력 : 
2022-09-20 17:48:26
수정 : 
2022-09-21 11: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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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원전 포함
11월 최종 발표


원전기업 녹색채권 발행 가능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 길 열려

文정부때 훼손된 생태계 복원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빨라지고
2030년 10기 수출에 힘 실려

고준위 방폐장 마련은 과제로
◆ 원전 친환경 공식화 ◆

사진설명
정부가 오는 11월 최종 발표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 △순환경제 △오염 △생물다양성 등 6대 분야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분류한 기준이다.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마련한 지침이자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강제성은 없다. 그럼에도 대규모 자본 조달이 필요한 원자력발전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K택소노미에 원전 관련 경제활동이 포함된 건 생태계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원전 관련 전후방 산업에 자금이 투입되면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원전 수출에서도 유리해진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달성하기도 한층 수월해진 셈이다. 20일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원전 경제활동' 초안은 △원전 기술 개발·실증 활동 △원전 신규 개발 △원전 계속 운전 등 원전과 관련된 세 가지 경제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하기 위해 여러 단서 조항을 달아 놓은 점과 비교하면 이번 초안에서 정한 인정 기준은 전반적으로 완화된 편이다.

K택소노미는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의 69개 경제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녹색부문은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 생산, 무공해 차량 제조 등 64개 경제활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초안에는 원전 관련 경제활동 중 '원자력 핵심 기술 연구개발·실증' 활동이 추가됐다. 환경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원전 기술, 사고저항성핵연료(ATF), 방사성폐기물 관리, 원전 해체, 핵융합 등 10가지 항목 중 하나 이상을 위한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R&D)에 관한 제반 활동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은 아니지만,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 중간 과정으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인 전환부문에 포함된 원전 신규 건설과 원전 계속 운전에는 EU와 마찬가지로 인정 기준과 기한이 설정됐다. 하지만 그 기준은 더 낮다. 인정 기한이 K택소노미는 신규 건설과 계속 운전 모두 2045년까지다. 2045년까지 신규 건설이나 계속 운전 허가를 받은 원전의 건설과 운전 활동을 K택소노미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EU는 원전의 계속 운전을 2040년까지 허가받은 원전에 한해 인정하기로 했다.

K택소노미에 포함되기 위한 인정 기준도 비교적 덜 까다롭다. 계속 운전하는 원전의 경우 2031년부터는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 상용되는 핵연료보다 성능이 향상된 사고저항성핵연료는 노심 냉각 기능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핵연료의 건전성을 장시간(약 50분) 유지할 수 있다. 신규 건설하는 원전에도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을 바로 적용했다. 따라서 이 기준으로는 2035년 이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재개 절차를 밟고 있는 신한울 3·4호기도 K택소노미에 포함된다. 그러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마련이 전제되지 않는 한 원전은 K택소노미에 포함될 수 없다. 한국과 EU 모두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을 보유한 원전의 운전과 건설에 한해 택소노미에 포함하도록 한 기준은 동일하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의 경우 EU는 2050년까지 처분시설 가동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계획을 요구했고, 한국은 별도의 기간 설정 없이 세부 계획이 존재하고 그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조건으로 달았다. 즉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기 위한 전담조직, 용지 선정 절차, 유치 지역 지원 등에 대한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서 원전은 K택소노미에 포함될 수 없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EU에서 2050년까지 처분장 마련을 조건으로 걸었는데 이를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해 수용한 것"이라며 "원전 포함을 계기로 국내 처분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원전을 포함하는 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논쟁도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는 완전한 처리법을 찾지 못한 원전이 포함되면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행위)을 막겠다는 택소노미의 의미가 상실된다고 주장한다. 또 새 정부가 별다른 공론화 과정 없이 개정안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K택소노미 발표 당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원전을 포함할지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환경부는 이날 초안 발표 이후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아직 고준위 방폐장 확보가 불가능해 원전 수출에 난항을 겪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장은 원전 수출국이 아닌 EU 회원국이 충족해야 할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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