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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국채금리 11년만에 3.5% 넘었다

김덕식 기자

입력 : 
2022-09-20 17:43:35
수정 : 
2022-09-20 18: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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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금리 결정 앞두고
2년물 한때 3.96%까지 급등

10년물·2년물 금리역전 심화
국채금리差 2000년 이후 최대
경기침체 그림자 더 짙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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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가 폭등했다.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또다시 기준금리가 대폭 인상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9일 CNBC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장중 3.518%까지 올랐다. 10년물 국채금리가 3.5%를 넘은 것은 201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장중 3.5%를 넘긴 국채금리는 이후 상승폭을 줄여 3.49%로 장을 마감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3.96%까지 급등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높은 8.3%로 집계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상폭은 최소 0.75%포인트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로 예상된다. 이언 린젠 BMO캐피털마켓 금리전략부문 대표는 블룸버그에 "2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4% 이상으로 간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내년 봄 미국의 기준금리가 최고 4.48%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례적 조치로 평가받던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이제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전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회장은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을 새로운 기준으로 만들었다"며 "금리 인상 이후 나오는 경제지표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 없이 매우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CNN에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미국의 망신이며, 제도에 대한 신뢰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며 "1%포인트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리 급등에 따른 경기 침체다. 이미 경기 둔화·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날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의 차는 0.46%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최대폭이다.

톰 에세이 세븐스리포트 연구원은 CNBC에 "10년물과 2년물 국채가 주는 신호는 분명하다"며 "경제가 둔화할 것이며 몇 분기 안에 크게 수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불확실성 탓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예상될 때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기도 한다. 1977년 이후 지난해까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총 7회 일어났고, 이 중 5회는 실제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AP통신은 금리 인상이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기업대출 비용을 대폭 올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알리안츠 수석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안도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며 "고용시장을 비롯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연준이 물가 상승을 막으려면 금리를 5%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며 "성장 저하와 자산 가치 하락, 고용 시장 타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금리가 치솟으면서 주식은 점차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기관 스트레이트가스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미국 국채 2년물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가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주식은 전체에서 16%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 파트너스 CIO는 CNBC에 "연준은 시장이 붕괴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번 긴축은 투자자들의 피눈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계속된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현상에 아시아 신흥국 증시가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 16일까지 4주 연속으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에서 4억2300만달러를 회수해갔다. 올해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 유출된 자금 규모는 총 640억달러에 달해 이미 2021년 한 해 수준을 넘어섰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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