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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환차익` 수출기업도 "환율변동 너무 커 난감"

반도체·車 강달러 이익에도
"장기투자 계획 다시 짜야"
정유 4社는 1조이상 환차손
◆ 원화값 방어 총력전 ◆

원화값이 달러당 1400원 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보통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기업은 원화로 환산한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다. 그러나 달러로 대금을 지불하고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함께 오르는 데다 외화 부채도 증가하게 된다.

또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볼 때 이득과 손실이 교차하게 된다. 대표 수출산업인 반도체와 가전산업의 경우 원화값 하락은 일시적 호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낸드와 D램 모두 '비트그로스'(메모리반도체 생산량 증가율)는 부진했지만 예상보다 판매가격이 양호하고, 달러 강세 영향이 더해져 실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측도 "2분기만 봐도 달러 강세로 매출에서 약 5000억원의 환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같은 기간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추산했다.

산유국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동시에 석유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정유사의 경우 원화 약세에 따른 유불리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구매할 때 달러로 결제한다. 일단 금융기관이 먼저 지불하고 정유사가 차후에 갚는 구조로 일종의 외상 형태다. 올 상반기 국내 정유 4사의 환차손 규모는 1조원을 넘었다. 반면 디젤유 등 석유제품을 팔 때는 제품값을 달러로 받으면서 이득을 본다.

석유화학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나프타 등 원료 가격은 오르지만 이를 가공해 만든 제품 가격도 오른다.

자동차업계는 '강달러' 효과로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8.7%, 58% 늘어났다. 매출에서 2조1540억원, 영업이익에서 6410억원이 환율 효과로 분석됐다. 기아도 2분기에만 5000억원 상당의 환율 효과를 봤다.

문제는 원화값 변동성이 투자 계획 수립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배터리업계는 원화값이 업황에 주는 영향이 작은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 배터리 업체가 미국 등 해외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원화값이 예상보다 급락하거나 널뛰게 되면 투자 계획을 짜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일부 산업은 이미 원화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영공 통과료 등 운영비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원화값이 10원 하락하면 대한항공은 약 35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원의 환손실이 발생한다.

[문광민 기자 / 우제윤 기자 / 오찬종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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