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업체 두세 곳과 수출 계약을 추진 중인데, 잘 안 될 경우 4분기부터 부분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경기도에 본사를 둔 한 통신기기 부품업체 대표의 토로다. 이 기업은 올해 상반기부터 재고가 급격히 늘자 현재 공장 가동률을 예년의 절반 수준까지 낮춘 상태다.

가격 상승에 대비해 미리 원자재를 들여와 생산에 나섰던 기업들이 제품을 창고에 쌓아놓고 있다. 재고가 쌓이는 속도는 26년 만에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산업활동동향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계절조정 전년 동기 대비)은 18%에 달했다.

분기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재고지수는 광업·제조업체가 보유한 원재료·반제품 등의 제품 재고 수준을 보여준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미뤄왔던 공장 가동률 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 유휴 인력이 발생하고 그만큼 고용과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재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과잉이었던 생산이 급감할 경우 경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