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FTSE러셀 선진국 지수에
관찰국 등재여부 이달말 발표
최종 편입은 내년 9월 결정
성공땐 국채 발행금리 하락
원화값 안정 효과도 기대
관찰국 등재여부 이달말 발표
최종 편입은 내년 9월 결정
성공땐 국채 발행금리 하락
원화값 안정 효과도 기대
15일 기획재정부와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은 30일 새벽 한국의 WGBI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 여부를 발표한다. WGBI는 러셀그룹이 관리하는 채권지수로 미국, 일본, 영국 등 23개 주요국 국채를 아우르기 때문에 선진국 국채 클럽으로 불린다. 이를 추종하는 자금만 2조5000억달러(약 3478조원)에 달한다.
러셀그룹은 특정국 투자 환경을 평가해 매년 3월과 9월 워치리스트를 발표한다. 일단 리스트에 올라가면 실제 제도 운용 현황 등을 검토해 다음해 9월 연례심사에서 최종 편입을 결정한다.
정부는 레벨2를 따기 위해 올해 세법을 고쳐 외국인의 국고채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세율 14%)을 면제하고, 외국인 전용 계좌(국채통합계좌)를 만들어 보다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외국인 채권 투자에 과세하지 않는다.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 중국은 채권 비과세 조치를 단행해 WGBI에 편입됐다. 투자은행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WGBI 편입을 국정과제로 밀어붙이며 시장 문턱을 낮추고 있다"면서 "워치리스트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워치리스트 등재를 위해 공력을 들이고 있다. 16일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IR)를 열고 WGBI 편입 세일즈에 나선다. 이르면 이달 중 외환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하고 해외기관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WGBI에 편입되면 이를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국내 채권 몸값이 올라가며(채권금리는 하락)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국 국채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장벽도 제거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편입 성사 시 50조~6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연간 5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보다 효과가 강력할 것으로 봤다. 하이투자증권은 선진채권지수에서 한국 비중을 2.3%로 추정하며 편입 후 12~18개월간 580억~700억달러(약 80조~97조원)의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231조8200억원이다. 현재 외국인이 쥐고 있는 원화채권의 23~45%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WGBI 최종 편입 여부는 내년 결정되지만 30일 워치리스트에만 등재돼도 투자 심리 개선으로 원화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이 고강도 금리인상에 나서는 등 내년 이후로도 원화값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 역시 지배적이다.
15일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대비 2.8원 하락한 1393.7원에 마감하며 1400원을 위협했다. 이날 외환당국은 "최근 대외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쪽으로 과다한 쏠림이 있거나 불안심리가 확산하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시장안정조치 등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시장 진정에 나섰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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