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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짙어지는 美긴축 그림자…"내년초까지 2%P 더 오른다"

박민기,신혜림 기자

박민기,신혜림 기자

입력 : 
2022-09-14 17:57:51
수정 : 
2022-09-14 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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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인상폭 촉각

이달 0.75%P 인상 유력하지만
고물가에 `울트라스텝` 급부상

에너지값 진정에도 물가 `쑥`
식료품·주거비가 상승 이끌어

뉴욕 증시 당분간 약세 불가피
◆ 美 고물가 충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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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장 마감이 임박한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일제히 하락한 증시지표를 보여주는 화면 아래 트레이더가 앉아 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새 1300 가까이 떨어졌다. [EPA = 연합뉴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후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인 것은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서 장기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년 동월보다 6.3% 상승해 전월(5.9%)에 비해 악화된 것에 주목했다. 특히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7월(0.3%)보다 두 배로 올랐는데 이는 인플레이션 주범이었던 에너지 가격은 진정됐지만, 이제 물가 압력이 경제 전반에서 강하고 광범위해졌음을 시사한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CPI에서 에너지 가격은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10.6% 급락한 영향으로 5% 하락했다. 하지만 그 외 대부분 상품과 서비스 가격은 상승 폭을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별 기준으로 7월보다 8월에 더 많은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식품 물가는 전월보다 0.8% 올랐으며 식료품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3.5% 상승해 197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차, 의료·교육 서비스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특히 전체 CPI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전반적인 CPI 상승을 견인했다. 주거 비용은 전월보다 0.7% 올라 지난 7월(0.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WSJ는 "주거 비용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그 모멘텀(동력)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추가 상승을 우려했다. 조지프 브루스엘라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CPI는 몇 가지 고무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방향은 근원 CPI가 계속 상승하고 물가 압력이 주택으로 더 확산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4%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NBC 분석에 따르면 8월 CPI 구성 항목 중 약 4분의 3은 전년 대비 상승률이 4% 이상을 유지했다. CNBC는 "이 같은 수치는 백악관과 연준의 '일시적 인플레이션' 주장을 반박하는 또 다른 근거"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시장은 에너지 비용과 식품 가격이 안정되면 인플레이션이 꺾일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왔는데 8월 물가지표에서 그 외 항목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94% 떨어졌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32%, 5.16% 폭락했다. 세 지수 모두 2020년 6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하루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이처럼 미 경제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드리운 상황에서 증시가 지난 6월 기록한 최저점 아래로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아트 캐신 UBS 이사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6월에 기록한 저점이 최저치였는지 다시 시험해보게 될 수도 있다"며 "S&P500지수가 며칠 안에 3900선 아래로 떨어지고,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앞으로 며칠 동안 하락세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를 봐야 우리가 향하는 최종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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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은 오는 20~21일 FOMC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당초 연준이 지난 6~7월에 이어 이달 다시 한번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등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8월 미 CPI가 전망치를 웃돌면서 미 월가에서는 연준이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까지 밟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 따르면 14일 오후 2시 30분(한국시간) 기준 연준이 다음주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66%, 1%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34%로 집계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연준의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0%였는데, 13일 발표된 미 8월 CPI가 전망치를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1%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내년 1월 미국 기준금리가 4.50%까지 오를 가능성도 36.9%로 집계됐다.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 소속 경제전문가들은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상률 예측치를 0.7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변경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트위터에 "만약 내가 연준 관리라면 신뢰를 높이기 위해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적었다. 미 투자은행 브리언캐피털의 스콧 부흐타 채권전략 헤드도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연준은 1%포인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 8월 CPI 발표 이후 물가 상승 억제에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물가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된 것은 미국 국민에게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결심이 필요하며, 이것이 의료, 약 처방, 에너지 비용 절감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킨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미 노동부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8.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는 8.8%였다. 8월 PPI는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하면서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했다. 에너지·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보다 0.2%, 전년 동월보다 5.6% 상승했다.

[박민기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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