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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돈 쌓아놓고도 지자체 지원받는 교육청…뿔난 서울·대구시, 감사 나선다

서대현,류영욱 기자

서대현,류영욱 기자

입력 : 
2022-09-14 17:56:26
수정 : 
2022-09-14 22: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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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지급한 교육청 지원금
2020년 3조2800억원 달해

"교육청 잉여금 넘친다는 건
교부금 비효율적 사용 방증"
◆ 방만한 교육재정 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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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생태 등 지속가능 발전 교육을 위해 울산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울산미래교육관. 총사업비 488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에 민선 7기 울산시는 '비법정 전입금'(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돈)으로 건축비를 최대 30억원까지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다. 교육청은 미래교육관이 시민을 위한 시설이기도 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지자체 협력을 이끌어냈다. 울산시교육청이 울산시 지원을 받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교육청은 쓸 돈이 넘쳐나 기금에 돈을 쌓아두고 있다.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교육청은 증액 예산 3890억원 중 3분의 2에 달하는 2372억원을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으로 편성했다. 반면 울산시는 당장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지방채 차입금 13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정부는 긴축재정이 불가피하지만 교육청은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수천억 원을 기금으로 쌓아두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이 정하지 않는 예산을 교육청에 지원하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와 교육청 간 재정 불균형이 심각한 가운데 비법정 전입금으로 각종 사업 예산을 요구하는 교육청에 대한 지자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와 대구시 등 일부 지자체는 비법정 전입금 실태 파악에 나섰다.

전국 교육청은 법이 정한 교육교부세 외에 지자체가 주는 비법정 전입금으로 예산을 편성한다. 비법정 전입금의 60% 정도는 무상급식에 쓰고 나머지 40%는 교복과 학교 주변 환경 개선 등 교육청이 요구하는 각종 사업에 사용된다.

나라살림연구소 '지방자치단체 교육 분야 비법정 전출금 비교 분석'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17개 시도가 지역 교육청에 주는 비법정 전입금 규모는 총 3조2800억원이다. 법정 전입금 10조5000억원의 3분의 1에 이르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복지비 증가 등으로 만성적 재정난을 겪는 '가난한' 지자체가 '부자' 교육청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상급식 운영 실태 감사에 나선다. 무상급식은 비법정 전입금으로 지원되는 대표적 사업으로 대구시는 올해 기준 무상급식 사업비 1657억원 중 738억원을 지급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해 수천억 원이 투입된 재정사업 예산이 적법하게 편성됐는지, 절차에 따라 집행됐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외부 업체에 지난해 서울시 교육경비가 투입된 교육청 사업 성과 평과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경비는 매년 400억~600억원 규모로 편성되며 지난해에는 544억원이 책정됐다. 서울시는 교육경비 사업 중 상당수가 교육청 자체 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기백 전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교육청 재정 잉여금이 있다는 것 자체가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아동수당 같은 아동 관련 복지비용을 교육교부금으로 충당하는 등 다양한 효율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울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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