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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영어권 최초 에미상…"韓문화 꽃이 피었습니다"

박대의,김유태 기자

박대의,김유태 기자

입력 : 
2022-09-13 18:00:02
수정 : 
2022-09-14 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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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6관왕` 위업

영화 기생충 이어 드라마까지
美미디어 시장서 존재감 뽐내
기술·제작진도 수상 `겹경사`

황동혁 "시즌2로 작품상 도전"
연인 임세령과 함께한 이정재
시상식서 `무궁화` 게임까지
사진설명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왼쪽)와 정호연이 제74회 미국 에미상 시상식 버라이어티 스케치 부문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던 중 '영희' 인형을 보고 잠시 멈춰섰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1편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나왔던 술래 인형이다. [AFP = 연합뉴스]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非)영어권 드라마로는 사상 처음으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주요 2개 부문을 휩쓰는 쾌거를 이뤘다. 앞서 4일 기술·제작진을 대상으로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게스트상,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등을 포함하면 6관왕이다. 한국어 작품이 최초로 에미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외국어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어섰다.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ATAS)는 이날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의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황동혁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연 이정재에게 남우주연상을 시상했다.

에미상에서 감독상은 작품 단위가 아닌 에피소드 단위로 후보를 선정한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1화 '무궁화 꽃이 피던 날'로 감독상 후보에 올라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검은 턱시도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손을 흔들며 무대 위로 등장한 황 감독은 미리 써온 종이를 꺼내들며 소감을 말했다. "에미상과 넷플릭스에 큰 감사를 전한다"며 입을 연 황 감독은 "비영어 시리즈의 수상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곧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돌아오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남우주연상으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이정재는 영어로 "신에게 감사하고 또 에미상,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에게 감사하다"며 "훌륭한 비주얼, 좋은 각본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우리 모두가 인생을 직면하게 해줬다"고 수상의 기쁨을 표했다. 그는 이어 한국어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소중한 팬들과 기쁨을 나누겠다"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6관왕 석권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을 수상했다는 점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제작된 작품이 주요 상을 휩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에미상은 그래미상(음악),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영화), 토니상(연극·뮤지컬)과 함께 세계 문화·예술 최고 권위의 상으로 통한다. 4개 상의 머리글자를 따 합쳐 '이갓(EGO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미상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는 미국 내에서 지상파 안방극장, 케이블 채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방영되거나 미국 제작사의 작품이어야 한다. '오징어 게임'은 미국 회사 넷플릭스에서 제작해 현지에서도 방영된 점이 고려돼 한국어 작품이어도 후보에 오를 자격을 얻었다. 특히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OTT가 해외 드라마에 대한 미국인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에미상이 전통적인 TV 채널에서 방영되지 않은 작품도 출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시상식 최고 영예로 꼽히는 작품상과 황 감독이 후보에 오른 각본상은 '오징어 게임'의 최대 경쟁작으로 꼽힌 '석세션'(HBO)에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버라이어티 스케치 시리즈상 시상자로 나선 이정재와 정호연은 무대 위에 드라마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인형 '영희'가 등장하자 게임을 하는 듯 잠시 멈춰서는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정재는 시상식 시작 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연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손깍지를 낀 모습으로 등장해 함께 사진을 찍으며 주목을 받았다.

시상식 직후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다시 와서 작품상을 받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상이란 게 욕심 낸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새 시즌으로 돌아와서 이번이 마지막 에미가 아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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