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학교마다 돈 쓰기 골머리
전년도에 과학실 공사했는데
과학교구 교체 예산 또 내려와
툭하면 고사양 컴퓨터 바꿔
연말에 추경예산 급하게 풀려
울산 학교들 교문까지 싹 바꿔
시설보수 몰려 공사업체 품귀
교육부 돈 빨리 쓰면 인센티브
교육청 방만재정 부추기기도
학교마다 돈 쓰기 골머리
전년도에 과학실 공사했는데
과학교구 교체 예산 또 내려와
툭하면 고사양 컴퓨터 바꿔
연말에 추경예산 급하게 풀려
울산 학교들 교문까지 싹 바꿔
시설보수 몰려 공사업체 품귀
교육부 돈 빨리 쓰면 인센티브
교육청 방만재정 부추기기도
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충북에서는 충북도교육청이 초·중학교 체육 교구 구입비 지원 사업을 시행하면서 학교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균등 지급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도내 초·중 체육 교구 구입비 지원 사업 총 예산은 42억원 상당으로, 학교 규모와 상관없이 초등학교는 1개 학교당 1278만원, 중학교는 1개 학교당 770만원이 일괄 배당됐다. 당시에도 일부 학교는 돈을 제때 쓰느라 고가의 체육 설비를 구입했다.
지난해 말 울산에서는 일선 학교들이 시설 개·보수를 하는 공사업체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공사업체는 한정돼 있는데 울산시교육청이 내려준 돈을 쓰려는 학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당시 울산시교육청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보통교부금 1500억원을 확보해 600억원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다. 추경 당시 일선 학교에서 요구한 돈은 187억원. 나머지 400억원은 뚜렷한 용처 없이 일선 학교에 풀렸다. 교육청 관계자가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갑자기 예기치 못한 예산이 오다 보니까 학교에서 업무 부담을 느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힐 정도였다.
울산 지역 일선 학교 수는 437곳. 교부금 불용 처리를 피하기 위해 학교마다 올해 2월까지 5개월 안에 평균 1억3000만원을 써야 했다. 돈을 쓸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일선 학교들은 교실 리모델링, 놀이시설 교체 등 복잡한 입찰 과정이 필요 없는 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B초등학교는 올해 초 2000만원을 들여 교장실과 교무실을 리모델링했고, C고교는 7000만원을 들여 교문을 교체했다. 울산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시설 교체와 개선이 필요한 학교도 있겠지만 본질은 돈이 있으니까 쓴 것"이라며 "갑자기 내려온 돈을 사용할 만한 곳을 찾고 정산하느라 학교 행정실과 교사들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예산을 빨리 소진하면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교육청 방만 재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재정 집행 효율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교육청이 예산을 빨리 쓰고 덜 남기면 최대 100억원의 인센티브를 보통교부금에 반영하고 있다. 홍성우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은 "기간 안에 돈을 다 쓰면 인센티브를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겠나. 미처 쓰지 못한 교육부 예산은 회계연도를 넘겨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춘천 = 이상헌 기자 / 수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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