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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나랏빚 폭증 제동건다…5년간 120조 남발 예타면제부터 손질

이종혁,이희조 기자

이종혁,이희조 기자

입력 : 
2022-09-13 17:54:44
수정 : 
2022-09-13 20: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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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기준 1천억으로 올리되
면제 요건은 깐깐하게 적용

재정적자 GDP의 3% 이내로
법률 격상해 내년부터 반영
국가채무비율 60% 넘으면
적자한도 2%로 더 줄이기로
◆ 혈세 누수 막는 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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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초 전임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묶인 총 24조1000억원 상당의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했다. 당시 면제된 사업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송철호 전 울산광역시장이 추진했던 5조원 규모의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고속철도)와 1조원짜리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도 포함돼 있다. 이전 예타에서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 난 것들이다. 정부는 불명확한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고 엄격히 적용해 면제 사업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국가 재정준칙도 구속력을 높여 이르면 2024년 예산안부터 적용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예타 개편안과 재정준칙 도입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목표는 연내 관련 법령·지침 개정을 끝내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예타 제도가 재정의 문지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면서 신속·유연·투명성도 높이겠다.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도 올해 정기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화하고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처음 편성하는 예산안(2024년)부터 즉시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재정준칙 법제화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확장재정 기조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시절인 2020년 재정준칙안에 대해서도 반대한 바 있다. 최근에도 "국가 재정 축소 불가"를 외치는 등 재정준칙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해 연내 국회에서 법 개정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예타 제도는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한 사전 검증 절차지만 최근 들어 면제를 받아 진행되거나 통과율이 오르며 방만 운영 논란이 거세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에서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총 61조1000억원(90건)이었고, 박근혜 정부(2013~2017년 5월)에서는 총 25조원(94건) 규모의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 집권기(2017년 5월~올해 4월)에는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120조1000억원(149건)에 이른다. 직전 정권과 비교하면 3.8배 증가했다.

정부는 우선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현행 면제 요건은 △문화재 복원 △국가 안보 △남북 교류 협력 △재난 복구처럼 포괄적인데 이를 상세히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이 예타 면제를 받으려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의결을 먼저 거쳐야 한다든지, 문화재 복원 사업은 사업 내용에서 주변 정비가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면 면제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도 사후 사업계획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작업이 의무화된다. 대규모 복지 사업은 시범 사업을 우선 실시하고 본사업에 대해 예타를 진행하는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예타를 실시한 12개 복지 사업 중 9개가 시범 사업 없이 예타 대상에 선정된 상태다. 또 복지 사업에 대해서도 예타 문턱을 한층 높이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예타의 효율성과 유연성도 개선하기로 했다. 예타에 평균 1년 이상 걸리는 걸 감안해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업에 한해 예타 대상 선정 기간에서 1개월, 조사 기간에서 3개월 등 총 4개월을 단축할 방침이다. 일반 예타 절차도 최대 1년6개월(철도 사업 2년)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이 밖에 1999년 이후 23년간 고정했던 SOC·R&D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투입 300억원)에서 1000억원(국비 투입 500억원)으로 상향해 소규모 사업은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예타 면제와 함께 연내 입법을 추진하는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 기조를 위한 또 다른 축이다. 정부는 2020년에도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내로, 국가채무는 60% 내로 억제하는 재정준칙 도입안을 내놨었다. 그러나 정권의 확장재정 기조 속에 근거법령을 구속력이 약한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관리 한도를 산출하는 셈식도 복잡했다. 또 경기 둔화에 따라 재정적자폭을 4%까지 늘리는 완화 규정과 각종 예외 사유로 맹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이번에 다듬은 재정준칙은 통합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빼 한층 보수적으로 재정을 관리하는 관리재정수지를 지표로 삼는다. 근거법령은 국가재정법으로 격상시키고 관리수지 적자 3%로 한도를 단순화했다. 국가채무가 60%를 넘으면 재정적자 목표는 2%로 한결 낮아진다. 예외 요건은 전쟁과 대규모 재난으로 국한하며 예외 요건이 사라지면 즉시 재정준칙이 복원된다. 한 해 세입에서 세출을 빼고 발생하는 세계잉여금은 기존 30%를 국가채무에 상환하도록 했지만, 그 비율을 50%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가채무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1068조8000억원으로 GDP 대비 약 49.7%에 이른다.

[이종혁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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