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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100세까지 뜯고 맛보려면…80세에 자연치아 20개는 있어야

이병문 기자

입력 : 
2022-09-13 17:01:26
수정 : 
2022-09-14 08: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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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개수 보면 기대수명 보여
40대 평균 27.6개 치아 잔존

치아 1개 빠지면 사망률 2% 증가
치석·충치가 치아 손실 유발

음식물 씹는 행위 자체만으로
치매·심장병·뇌졸중 예방 효과

치아 건강 지키는 지름길은
규칙적인 양치질·스케일링

임플란트로 씹는 기능 되찾아도
자연치아 대신하지는 못해
◆ 매경 포커스 ◆
◆ 매경 포커스 / 100세 건강 ◆

사진설명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치아는 '오복(五福) 중 하나'라고 한다. 사실 유교 문헌에 명시된 오복에는 '치아'라는 문구가 아예 없다. 다만 오복 중 2개인 장수(長壽), 강녕(康寧)을 설명하면서 치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건강한 치아가 '오복급 대우'를 받는 이유는 평생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도 치아 건강이 오랫동안 강조되어 왔다. 문학작품에도 치아의 소중함이 등장한다. 1605년 출간된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작품 '돈키호테'엔 "모든 치아는 다이아몬드보다 가치가 더 있다(Every tooth in a man's head is more valuable than a diamond)"라는 글귀가 있다. 이는 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16세기께 치아질환에 의한 사망은 전체 사망자 순위에서 5~6번째였다. 주로 치아뿌리(치근단)의 세균 감염에 의한 '치근단농양'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지금은 항생제나 구강청결제, 살균기구 등이 개발돼 대처가 가능하지만, 그 당시에는 치주병이 공포의 질환이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도 1789년 취임 당시 치아가 하나만 남아 있을 정도로 치아 건강이 나빴다. 워싱턴 대통령은 명예는 부각됐지만 평생 치아로 인해 고통받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가 그려진 초상화의 왼쪽 뺨 흉터도 치주질환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의 주범인 아돌프 히틀러 역시 모든 전쟁에 치과주치의(요하네스 블라슈케)를 데리고 다닐 정도로 치아 건강이 좋지 못했다. 히틀러가 1945년 4월 권총으로 자살한 후 시신에서 치아브리지(상실된 치아의 주변 치아를 이용해 다리처럼 인공 치아를 만들어 연결한 것)가 발견되기도 했다.

100세 시대가 활짝 열린 요즘, 치아 개수를 보면 기대수명을 알 수 있을 만큼 치아 건강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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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치아는 총 32개(사랑니 포함)이며 40대의 평균 잔존 치아는 27.6개로 알려져 있다. 치아는 50대 25.1개, 60대 20.9개, 70대 이상 14.2개로 줄어든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50·60대에 4~5개 치아가 빠지고 70대 고개를 넘으며 6~7개 치아를 또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보통 80세에 자연치아가 20개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장수 국가인 일본 치과의사회가 1989년부터 '8020운동'을 펼쳤다. 80세까지 최소한 20개 이상의 치아를 갖자는 국민운동이다. 자연치아가 20개를 넘으면 대부분의 음식을 잘 씹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치매를 비롯해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치아를 20개 이상 보유한 비율은 50.5%이며 이 가운데 28.6%는 의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성복 강동경희대치과병원 교수는 "노인의 잔존 자연치아가 최소 20개(위 10개+아래 10개)는 있어야 한국인의 주식인 밥과 김치를 씹어서 삼킬 수 있다. 육류를 앞니로 끊어서 어금니로 잘 씹어 먹기 위해서는 최소 24개(위 12개+아래 12개)는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아는 크기가 옥수수 한 톨만 하지만 삶의 질뿐만 아니라 수명과 직결된다. 치아 1개가 빠지면 사망률이 2% 증가하고 심근경색이 1%, 신부전증과 뇌졸중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인 444만970명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평균 7.56년간 조사한 연구 결과로,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큰 주목을 받았다.

권종진 고려대 명예교수(닥터권치과 원장)는 치아건강이 노인건강에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음식물을 씹으면 침은 소화작용을 돕고(페록시다아제 증가), 위와 장에 관련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 또한 음식물을 씹는 행위 자체가 뇌에 자극을 주는 아주 좋은 운동과 자극으로 작용해 뇌의 혈류를 증가시키고, 뇌 산소량이 증가하며 기억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 치매를 비롯한 전신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일본 사례를 보면 치아가 9개 이하인 노인은 치아를 20개 이상 가지고 활발하게 음식을 씹어 먹는 노인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81%나 높았다. 치아가 없어 제대로 씹지 못하면 침의 분비량이 줄고, 그 결과 뇌성장인자가 줄어 뇌가 노화된다. 침이 적게 나오면 혈관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강 내 세균 번식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입안 세균은 말초혈관을 통해 혈류를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다 혈전을 만들거나 혈관을 좁혀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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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요한 치아가 손실되는 원인은 잇몸병(치주질환)으로 치석과 충치 등에 의해 생긴다. 잇몸병은 치아를 감싸면서 지지하는 잇몸(치주), 잇몸뼈(치조골), 치주인대 등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잇몸병은 염증이 잇몸에만 생기는 치은염, 치은염이 심해져 잇몸뼈로 염증이 번져 뼈까지 파괴된 치주염으로 나뉜다. 치주염으로 인해 잇몸뼈가 녹아내리면 최악의 경우 치아를 뽑게 되고, 임플란트를 심거나 틀니를 해야 한다. 40·50대에 시작된 잇몸병은 60대 이후 악화돼 치아 손실로 이어진다. 치아를 하나 잃으면 나머지 치아들의 부담이 커져 다른 치아도 차례차례 잃게 된다. 노년이 되면 자신의 치아는 몇 개 남지 않고 인공치아(의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임플란트가 자연치아에 가장 근접한 인공치아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의치도 자연치아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 음식물을 씹을 때마다 어금니 하나당 50~60㎏의 힘이 가해진다고 한다. 우리가 하루에 씹는 횟수가 보통 1000번이 넘는다고 하면 단순히 계산해도 1년 동안 씹는 횟수는 36만5000번, 70년이면 2555만번이나 된다. 우리 치아는 잘만 사용하면 그 정도에 끄떡도 않는 내구력을 지니고 있다. 일본 도쿄의과치과대 교수였던 기노 고지는 미국 연구기관의 발표를 인용해 "자연치아 1개의 경제적 가치가 3만달러(약 4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양치질을 게을리하거나 맥주병 뚜껑을 따는 데 함부로 치아를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다.

인공치아도 음식물 섭취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임플란트나 틀니는 식사할 때 자연치아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내구력도 자연치아만 못하고 치주질환에도 취약하다.

임플란트는 치근이 없는 틀니와 달리 턱뼈에 단단히 고정돼 있어 거부감이 덜하고 심지어 본인 치아를 되찾은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임플란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꿈의 치료법은 아니다. 따라서 임플란트는 자연치아를 유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장점이 있는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임플란트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에 속한다. 그 이유로는 임플란트를 시술하는 치과의사 비율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 치과의사 100명 중 85~90명 이상이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있다. 선진국의 25~30%보다 3배 이상 높다. 공급이 많으면 수요가 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의사는 자연치아 발치를 쉽게 요구할 수 있고, 환자는 쉽게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치과 병·의원에서 인공치아를 권유하며 발치할 경우 다른 곳에서 2차 소견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쓸모없다고 여겨져 뽑아버리는 사랑니도 최근 치아교정에서 어금니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자연치아를 지키는 지름길은 충치와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소한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하고 올바른 양치질을 익혀 실천해야 한다. 올바른 양치습관을 위한 '333 법칙'은 하루 3번, 음식 섭취 후 3분 내에, 3분 동안 양치질을 하는 것이다.

곡물·야채·고기 어떤 비율로 먹어야 할까…치아 개수에 답 있다

사람의 치아 32개 살펴보면
어금니 20개 앞니 8개 송곳니 4개

곡물 60% 야채 20% 고기 10%
비율로 먹어야 균형 잡힌 식단 건강한 장수의 비결은 올바른 식습관에 있다.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한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며 올바른 식습관을 강조했다. 중국 전통의학에도 '약보불여식보(藥補不如食補)'라는 말이 있다. 약보다는 음식으로 몸을 돌보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도 '약과 음식은 본질적으로 똑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 또는 '병의 치료와 식사가 본질적으로 똑같다'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중요한 균형 잡힌 식단에 대한 정보가 바로 치아에 숨어 있다. 이는 장수와 치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일본 의사들의 주장에서 나왔다.

사람의 치아는 32개(사랑니 포함)로 어금니(20개) 앞니(8개) 송곳니(4개) 비율이 약 5대2대1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으로 어금니는 곡물과 콩을 분쇄하는 데 사용되고, 앞니는 채소와 과일을 깨무는 데 쓰인다. 이에 반해 송곳니는 고기를 찢을 때 이용된다. 이 같은 치아 비율을 고려할 때 우리가 먹는 식단은 곡물과 콩, 채소와 과일, 육류와 생선·어패류가 각각 5대2대1이어야 균형 잡힌 식사라고 일본 위장병 최고 명의로 손꼽히는 신야 히로미 박사는 설명한다.

일본 장수학자 이시하라 유미 박사도 치아 비율대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치아 비율이 어금니 62.5%, 앞니 25%, 송곳니 12.5%이므로 식생활도 곡물 60%, 과일과 채소 20%, 고기와 생선 10% 정도 비율로 먹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사람의 치아는 32개로 이 중 20개인 어금니는 곡물을 잘게 갈기 위해 사용하고, 앞니 8개는 과일이나 채소를 자르기 위해 쓰고, 송곳니 4개는 고기를 먹는 데 필요하게끔 만들어진 게 자연의 섭리"라고 말했다.

음식을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으로 나눴을 때 황금비율은 7대1이라고 알려져 있다. 즉 85%대15%라는 얘기다. 신야 박사는 식물성 식품(85%)의 절반 이상은 정제되지 않는 곡물, 즉 현미나 유기농 통곡물이 좋다고 지적한다. 겨와 배아가 제거되지 않는 현미에는 비타민B, 비타민E, 철, 인, 칼슘, 마그네슘, 식이섬유 등 영양소 80여 종이 밀집돼 있다.

국내 장수 전문가들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한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전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원장)는 "장수인들은 된장찌개, 김치, 나물, 김, 생선 등과 같은 전형적인 한국 식단을 좋아했다"면서 "육식보다 야채 중심의 한국 식단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지중해식이나 오키나와식 못지않은 훌륭한 장수 식단"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장수지역으로 꼽히는 흑해와 카스피해로 둘러싸인 코카서스(캅카스), 중국 바마현, 에콰도르 빌카밤바 사람들도 직접 재배한 신선한 재료로 요리해 반찬으로 먹고 산다. 요즘 주목받는 지중해식도 채소·과일 등 식물성 식품과 해산물·닭고기 등 저지방 육류를 곁들인 식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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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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