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주도의 경제·통상 구상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밑그림이 나왔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일본 등 IPEF 참여국들은 지난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에서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개 의제에 대한 각료선언문 채택에 합의했다. 각국은 이 밑그림을 바탕으로 향후 공식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IPEF 협력으로 한국은 반도체·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분야 공급망에 참여해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한류 콘텐츠 수출 등에서도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국이 미국 주도의 IPEF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향후 대(對)중국 경제협력 관계를 원만히 풀어나가야 할 점은 과제로 손꼽힌다. 장미화 산업부 IPEF총괄팀장은 "IPEF에는 호주·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과 미국·일본 등 기술보유국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며 "반도체·배터리 등 우리 핵심 산업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공급망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호주는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1위 국가로 2차전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핵심 협력국으로 꼽힌다.
IPEF를 통해 유사시 참여국 간에 재고를 주고받는 방안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반도체와 희토류 등의 재고를 융통하는 체제 구축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망 불안이 발생했을 때 통화스왑처럼 참여국 간에 재고를 교환하기 위한 체제가 만들어지면 국내 산업계의 공급망 다변화 및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로써 미국 국무부가 주도하는 핵심 광물안보 파트너십(MSP)에 더해 IPEF를 통해서도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 핵심 광물에 관련한 공급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IPEF에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 광물 자원국과의 협력이 담긴 만큼 공급망 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 간 공급망 관련 정보 공유, 조기 경보 및 대응 공조체계 구축도 각료선언문에 담겼다. 각국이 물류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하고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공조하겠다는 목표를 선언문에 담은 것이다. 무역 분야에서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규범이 생기는 것도 한국에는 호재다.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수출이 급격히 늘었지만 디지털 분야에서는 데이터 이동이나 콘텐츠 수출입 관련 표준이 부재했다. 안창용 산업부 FTA정책기획과장은 "관세 인하를 통한 시장 개방 대신 국경 간 데이터 이전 등 디지털 교역 촉진이 담긴 점은 긍정적"이라며 "한국 기업의 아세안 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도 경제협력이 가시화하자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사인 환구시보는 "IPEF는 '경제협력'이라는 덧칠을 했지만 바탕색은 역시 '중국 포위'의 정치 프레임워크"라며 "미국의 진짜 목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국과 디커플링한 공급망·산업망 소그룹을 만드는 것"이라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