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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넘쳐나는 교부금에 툭하면 학교 납품비리

우성덕,진창일 기자

우성덕,진창일 기자

입력 : 
2022-09-12 17:28:36
수정 : 
2022-09-12 18: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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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많은데 관리는 소홀

112억 규모 공기청정기 보급
경북교육청-업체 담합 의혹
전남선 전동암막 설치 비리
◆ 방만한 교육재정 ② ◆

사진설명
사진은 본 기사와는 무관함.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3월 도내 모든 학교에 공기청정기 3만1322대를 보급했다. 제품은 소음 기준을 충족하는 제조업체 2곳을 대상으로 경쟁입찰로 진행됐다. 기간은 3년, 월 임차료는 평균 3만6000원으로 전체 예산은 112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지역 시민사회단체인 경북교육연대가 입찰 과정에서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하고 교육감, 공무원, 납품 업체 대표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입찰 기준을 강화하면서 제조업체를 제한했고, 이로 인해 납품 업체들이 담합해 낙찰가를 의도적으로 높였다는 주장이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사업 첫해인 2019년 소음 기준은 55㏈ 이하였지만 올해는 50㏈ 이하로 소음 기준을 강화했다. 그 결과 기준을 충족해 교육청에 납품할 수 있는 제조업체가 2곳에 불과했고, 납품 업체 10여 곳이 각 교육지원청에 응찰하면서 낙찰 단가가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사업 첫해 월평균 임차료 낙찰가는 2만9000원이었다.

경북교육연대 관계자는 "가정용 공기청정기도 월 임차료 2만원대면 가능한데 월 임차료로 4만원 가까이 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은 "성능 기준을 강화하면서 제품 가격이 높아졌다"며 "담합 의혹은 권한 밖 사안이라 확인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교육청마다 매년 적게는 4조원에서 많게는 15조원에 이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려보내면서 교육청들이 회계연도 안에 돈을 쓰느라 진땀을 빼는 가운데 각종 물품 구입과 관급공사 등이 비리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 예산에 대한 위법·부당 집행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교육청 직원들의 부패 경험률 현황에 따르면 교육청은 예산의 위법·부당 집행 경험률이 2020년 3.01%에서 지난해 3.13%로 상승했다. 반면 광역단체는 같은 기간 3.83%에서 3.72%로 줄었고, 기초단체도 5.99%에서 5.23%로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지난 2월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온 전남 지역 학교 납품 비리는 복마전을 연상케 한다. 전남도교육청 소속 공무원 A씨와 B씨는 2017년 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전남 지역 학교 62곳의 다목적 강당이나 체육관에 28억원 상당의 전동암막(햇빛 가리개용 롤스크린)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업체 관계자 등으로부터 뇌물과 청탁을 받고 계약을 맺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업자들은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과 계약을 맺을 때마다 계약금의 30~50%가량을 수수료로 주고받기로 공모하고, 친분이 있는 공무원에게 청탁을 반복하거나 조달 계약 내용과 다른 제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올해 초 충북에서도 전 교육감의 선거캠프 관계자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충북도교육청의 관급자재 납품 계약을 알선하고, 업체에서 12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시설 업무를 담당했던 전 교육청 직원도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기소됐다.

교육계에서 각종 비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용해야 될 예산이 많아지면서 사업의 신속성과 편의성 등을 이유로 산하 교육지원청이나 학교별로 계약이 진행되도록 하고 관리감독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경북 등 일선 교육청에 근무 중인 감사관을 외부 인사가 아닌 교육공무원이 맡고 있는 것도 내부 감시 소홀 문제로 꼽힌다. 또 교육청이 예산 사용을 이유로 물품 구입을 지시하면 일선 학교에서는 물품 정보가 부족해 성능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 예산 낭비와 납품 비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북교육연대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연말까지 예산 소진을 핑계로 예산 낭비나 납품 비리 등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우성덕 기자 /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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