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국제

우크라 하르키우 수복, 러군 사실상 철수…전세 대역전

최현재 기자

입력 : 
2022-09-12 17:15:27
수정 : 
2022-09-12 23:01:24

글자크기 설정

우크라군, 공세 시작 나흘만에
이지움 등 요충지 잇따라 탈환
우크라, 이달 영토 3000㎢ 수복

러, 사실상 하르키우 철수 결정
"부대 재편성해 도네츠크 집중"
체첸지도자 "푸틴이 상황 오판"
사진설명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주 발라클리야 광장에 있는 동상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꽂혀 있다. 지난 8일 저녁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반년간 점령했던 발라클리야를 완전히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AFP =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00일째인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하르키우주의 대부분을 수복했다. 이달 15일까지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완전 점령하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을 받았던 러시아군으로서는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기존 점령지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다.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에 집중하기 위해 하르키우주에서 사실상 철수 결정을 내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의 하르키우주 탈환이 이번 전쟁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동부 공세를 시작해 4일 만인 지난 10일 하르키우주의 발라클리야와 쿠퍈스크 등 핵심 도시들을 잇달아 점령한 데 이어 러시아군이 돈바스 전선에서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던 이지움마저 탈환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지난 10일 기준 러시아에 점령된 하르키우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을 수복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연설을 통해 "우리 영토를 모두 탈환하는 길은 날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파죽지세와 같은 우크라이나군 공격에 밀려난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주의 핵심 도시에서 병력을 철수시켰다. 러시아 국방부는 10일 "발라클리야와 이지움에 배치된 부대를 재편성하기로 했다"며 "돈바스 해방이라는 특별 군사 작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네츠크 방면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라클리야와 쿠퍈스크, 이지움은 하르키우주의 핵심 요충지로 꼽히는 만큼 러시아군이 사실상 하르키우주 전체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지움에 주둔하던 수천 명의 러시아 병사는 탄약과 장비를 남겨둔 채 퇴각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군의 이지움 점령은 키이우에서의 굴욕적인 철수 이후 러시아가 입은 가장 큰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선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역정보'에 기반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남부 대공세를 발표하면서 러시아군의 주의를 돌린 뒤 실제 화력을 동부 탈환에 집중시킨 것이다. 타라스 베레조베츠 우크라이나군 특전여단 공보관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남부 작전에 기만을 당한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등 다른 지역의 병력과 무기를 남부 전선으로 이동시켰다"며 "반면 하르키우 지역의 우리 군은 대부분 최상의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반격 작전을 통해 하르키우주뿐 아니라 다른 러시아군 점령지도 속속 수복하며 러시아군의 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날 발레리 잘루지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달 들어 자국군이 3000㎢ 이상의 자국 영토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12일 우크라이나 남부군사령부도 지난 2주간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약 500㎢의 영토를 되찾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큰 전과를 올리면서 향후 전쟁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방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군 전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겪는 병력 부족과 사기 저하 등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미 싱크탱크인 외교정책연구소의 군사분석가 롭 리는 NYT에 "군대는 진격할수록 세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면서도 "러시아군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거나 점령지를 유지할 만한 역량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하르키우주에서 철수하기로 한 러시아군의 결정에 친(親)푸틴 성향의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반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카디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나는 (러시아) 국방부같이 전략가는 아니지만 그들이 실수한 건 분명하다"며 "전략에 변화가 없다면 나는 러시아 지도부에 현장 상황이 어떤지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