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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위 낙원·블록체인 활용 레저도시…신흥국들 야심찬 도전

손동우 기자

입력 : 
2022-09-08 16:40:05
수정 : 
2022-09-12 23: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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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주도했던 미래도시 건설에 동남아·중동 속속 가세

사우디, 서울 44배 면적에
길이 170㎞ 복합 주거시설

말레이시아, 레저 특화 도시
줄기세포 치료단지도 조성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
印尼·이집트 새수도 건설 박차
◆ 세계는 복합도시 전쟁 ② ◆

사진설명
바다 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산업단지를 짓는 '옥사곤' 프로젝트, 열대 사막 위에 만들어지는 스키장을 갖춘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미래 도시를 표방하며 75마일(약 120㎞)을 마주 보는 건축물로 잇는 '미러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왕국의 운명을 걸고 개발하는 네옴(NEOM) 신도시의 청사진이다. 홍해 인근 사막 2만6500㎢에 건설되는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규모로, 쿠웨이트나 이스라엘보다도 규모가 크다.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세계 도시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어하는 연중 온화한 기후에 세계 최고층 빌딩에서 로봇 가정부의 서비스를 받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사우디의 실권자이자 세계 최대 부호 중 한 명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최근 사우디 경제수도 제다에서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미러라인'의 일부 계획을 발표하며 이 같은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류가 도시 생활에서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대안적인 생활 방식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를 전통 도시들에 도전할 '문명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네옴시티는 친환경 미래 도시를 표방하며 도시 내 모든 시설이 신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부여, 민관 합동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메가시티를 탄생시키는 작업은 그동안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다. 실제로 도시 개발 역사를 이끌어온 국가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이었다. 이들은 중세 도시에서 근대 도시, 다시 현대 도시로 끊임없이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도시 계획 콘셉트를 시도하며 변화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까지 뛰어들면서 신도시 개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더 스마트한 도시를 만들어 글로벌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시도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뉴욕과 파리, 런던, 도쿄 등으로 대표되던 글로벌 메가시티 전쟁이 개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투티엠을 비롯해 호찌민 인근에 신도시 개발을 진행 중이고, 말레이시아는 사바주 시피탕시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레저시티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아예 수도를 옮기는 작업을 시도 중인 나라들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며 2024년부터 '녹색도시'를 모티브로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집트도 카이로 인근 사막을 현대적인 도시로 바꾸는 '신행정수도 프로젝트'를 2015년 공개한 바 있다. 이집트 정부는 현재 1800만명 정도인 카이로시 인구가 신행정수도 이전이 완료되는 2050년엔 4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들은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와 중동 등에서 추진 중인 신도시들은 상업, 주거, 레저, 교육, 교통 등이 모두 포함된 복합 스마트시티 형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네옴시티의 미러라인은 '사막 위에 거울 외벽을 가진 직선도시'라는 계획 콘셉트부터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도시 너비는 200m, 길이는 무려 170㎞에 달한다. 빈살만 왕세자는 미러라인을 "자동차와 탄소 배출이 없으며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스마트 도시"라고 소개했다. 카이로 인근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집트 신행정수도 프로젝트도 인공 호수와 뉴욕 센트럴파크 2배 크기의 공원, 90㎢ 규모 태양열발전소, AI로 통제되는 전기철도·자율주행도로 등을 갖춘 스마트시티 콘셉트가 총동원돼 적용 중이다. 말레이시아도 사바주 시피탕시에서 글로벌 레저 인구 유치를 겨냥한 스마트 레저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5성급 호텔과 콘도·빌라 등 주거시설은 물론이고 쇼핑센터, 아웃렛, 워터파크, 골프장, 줄기세포클리닉 등이 들어서 싱가포르 최대 관광지인 센토사섬에 버금가는 레저타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도심 개발에 먼저 나섰던 선진국들도 21세기형 미래 도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욕 도심에선 역대 최대 규모 민간 개발사업인 '허드슨야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고, 2단계 사업은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1단계 사업만 마친 상태지만 벌집처럼 생긴 전망대 베슬(Vessel)과 아트센터 더 셰드(The Shed), 뉴욕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를 갖춘 '30 허드슨야드'(390m) 빌딩 등은 이미 뉴욕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1958년 개발이 시작된 프랑스 라데팡스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신도시 개발 사례 중 하나다. 도로와 지하철, 철도, 주차장 등 모든 교통 관련 시설을 지하에 배치해 연결과 환승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하고 지상은 보행자 전용 공간으로 만든 현대 도시 개발 콘셉트의 첫 성공작으로 꼽힌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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