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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엘살바도르 법정화폐 1년…애물단지 된 비트코인

신윤재 기자

입력 : 
2022-09-08 16:12:35
수정 : 
2022-09-08 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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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대비 시세 70% 뚝
소비자, 손해 안보려 꺼리고
가게들도 변동성 심해 거부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지 7일(현지시간)로 1년이 지났지만, 기대와 달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기존 법정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계속 사용하고 있고, 많은 상점이 비트코인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4만7000달러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1만9000달러대로 떨어진 상태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 결제를 거부하는 매장이 속출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법정통화인 만큼 비트코인으로 상품 대금 지불이나 세금 납부를 원할 경우 원칙적으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닛케이에 따르면 소규모 점포 대부분은 현재 비트코인을 받지 않는다. 정부도 비트코인 수령을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

엘살바도르 당국이 지난 3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 중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 곳은 14%에 그쳤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20%만이 비트코인 디지털 지갑을 사용 중이었으며,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낸 적이 있는 가구는 5%에 불과했다.

엘살바도르는 외국에 나가 일하는 국민들이 보내는 송금이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송금할 시 수수료 등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선전해왔다.

하지만 올해 1~7월 해외 송금액 중 비트코인 송금은 1.7%에 그쳤다. 비트코인 사용이 부진한 배경에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과 높은 변동성이 자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1코인당 2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최고가 대비 70% 이상 폭락한 상태다.

이에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에 매입한 비트코인을 떨어진 시세대로 손해를 보고 사용하지 않으려 하고 가게들도 급격한 가격 변동에 받길 꺼린다는 것이다. 그나마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한 상점 운영자는 "비트코인을 받으면 (불안해서) 즉시 달러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경제는 비트코인 가치의 하락 속에 1년 전 기대했던 고용·투자 활성화는커녕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기회도 잡지 못하고 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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