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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통제불능` 원화값, 엔화 이어 하락폭 두번째

송민근,김유신 기자

송민근,김유신 기자

입력 : 
2022-09-07 17:59:51
수정 : 
2022-09-07 23: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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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일주일새 50원 급락
달러당 1380원 붕괴


돈푸는 日상황 고려땐
주요국 통화중 낙폭 가장 커

7월 상품수지 12억달러 적자,
외화수급 부담 늘어
◆ 강달러 초비상 ◆

사진설명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유럽, 중국발 대외 악재가 외환시장에 들이닥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여기에 7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대폭 줄고, 8월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국내에서도 달러 수급이 꼬이는 모양새다. 외환당국이 시장 쏠림을 예의 주시하겠다며 구두 개입을 했지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원화값은 하루 만에 10원 넘게 하락하며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371.7원) 대비 12.5원 하락한 1384.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1일(1392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외환시장은 장 초반에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을 받았다. 8월 미국 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경제지표가 호조를 나타내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연 3.35%까지 올랐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는 예상에 영국 10년채 금리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미국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자 달러 매수세가 가속화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해 110.2까지 치솟았다. 이와 함께 최근 원화가 동조화를 보이는 위안화마저 약세를 띠며 원화값 하락이 가팔라졌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 쏠림을 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원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원화값 급락이 외환당국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투기 세력에게 만만한 대상인데, 당국마저 시장과 소통에 실패하며 하락 추세에 관성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강달러 영향으로 원화값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상품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하며 외화 수급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7월 상품수지는 11억8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같은 상품을 내다판 돈보다 원유 같은 제품을 수입하는 데 쓴 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상품수지 적자는 10년3개월 만의 일이다.

7월 들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59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상품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2% 급증한 602억3000만달러에 달한 탓에 적자를 나타냈다. 상품수지가 악화된 탓에 경상수지 흑자액은 10억9000만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7월에는 77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던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모양새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8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폭을 기록한 만큼 8월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높이면 원화값이 추가로 하락할 전망인 만큼 외환위기 위험까지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송민근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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