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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반도체 빼곤 경쟁력 흔들…휴대폰 무역흑자 10년새 8분의1로 뚝

송민근 기자

입력 : 
2022-09-06 17:47:18
수정 : 
2022-09-07 12: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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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효자품목들 줄줄이 고전
디스플레이·자동차 흑자 급감

무역적자 주범은 에너지 가격
한은 "유가 10달러 하락하면
무역수지 93억달러 개선될 것"

대중 무역수지도 4개월째 적자
고부가 소재·부품 수입액 증가

기록적인 강달러 현상도 악재
에너지와 설비 수입부담 껑충
◆ 무역수지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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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수출 산업은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과거보다 부진한 성장세를 보인 것을 원인으로 짚었다. 상품 수출입 외에 서비스나 배당을 포함하는 경상수지는 흑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은행은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무역수지 합계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4억달러(약 62조원) 줄었다고 밝혔다. 최근 무역수지가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주욱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올해 에너지나 석유 제품의 가격 상승이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최근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보유하지 않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유가가 10달러 하락하면 원유 수입과 석유 제품 수출입 금액이 변해 연간 무역수지가 93억달러 개선될 거라는 전망도 내놨다.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 약화가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한은은 과거 고유가가 이어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품목별 무역수지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무역수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1~2013년보다 에너지 분야 적자는 심해졌지만 반도체는 무역수지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1~2013년에는 연평균 195억달러의 반도체 무역 흑자를 봤는데 올해는 반도체 무역 흑자가 629억달러까지 늘어난다고 내다봤다.

반면 무선통신·디스플레이·자동차·선박 등 주요 수출 효자 품목의 경쟁력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2011~2013년 무선통신은 199억달러, 디스플레이는 305억달러, 자동차는 613억달러, 선박은 403억달러의 연평균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한은은 올해 이 품목들의 흑자액이 각각 26억달러, 174억달러, 524억달러, 147억달러로 줄어든다는 전망을 내놨다.

원인은 경쟁력 약화다. 한은 관계자는 "휴대폰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심해지고 자동차도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아진 것이 원인"이라며 "과거 고유가 시기와 달리 에너지 분야 무역적자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고른 주요 수출 품목 중 휴대폰과 디스플레이는 특히 한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분야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제외한 액정디스플레이(LCD)가 이미 중국의 저가 공세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줄어들었다. 휴대전화도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국내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가 드러난 대목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올해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중국과 기술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며 "대중국 수입이 수출보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만큼 무역적자가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에는 저가 완제품 중심의 수입이 이뤄졌지만 이차전지 등 고부가가치 소재·부품 분야에서 중국이 우위를 보인 탓에 수입이 늘어 적자를 볼 거라는 예상이다.

한은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져 한국을 거치지 않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입이 늘어난 것도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이라고 봤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만들어 제품을 팔면 국내 무역수지에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무역수지가 한국 기업의 실적과 별개로 더 나빠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무역수지가 나빠졌지만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 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본원소득수지가 개선돼 경상수지가 올해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길어지는 등 당분간 월별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상품 수출입이 차지하는 만큼 무역수지가 줄면 경상수지도 악화될 수 있다"며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달러당 원화값이 1370원까지 급락하면서 에너지·설비 등의 수입액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역전선의 '먹구름'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화값이 낮아져도 엔화나 위안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무역수지 개선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면 내년에는 경상수지 흑자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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