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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햄버거 국내선 발빼…맥도날드·버거킹·KFC 모두 매물로

송경은,조윤희 기자

송경은,조윤희 기자

입력 : 
2022-09-05 17:36:50
수정 : 
2022-09-06 07: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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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랜차이즈 규제 심하고
인건비 상승 등 영업환경 악화

팬데믹 동안 최고 실적 불구
매각 통해 투자금 회수 나서
◆ 프랜차이즈 시장 격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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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랜차이즈는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프랜차이즈가 국내외 브랜드 할 것 없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최근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인건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가맹사업 환경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빅5 중 롯데리아를 제외한 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 KFC 등 4개 업체가 모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한국에 진출한 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이 상당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토종 브랜드인 맘스터치는 K푸드 돌풍에 힘입어 해외 사업을 확장할 역량이 있는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나머지 3개 업체는 사실상 투자 회수와 안정적인 수익 실현에 주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이들 브랜드 몸값에서도 드러난다.

5일 외식·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4개 업체 중 매각 추정가가 가장 높은 것은 매출 규모 기준 업계 4위인 맘스터치로 나타났다. 맘스터치는 경영권을 포함한 매각 추정가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리아에 이은 업계 2위 맥도날드의 매각 추정가는 5000억원, 맥도날드보다 매출은 적지만 현금 창출력으로 볼 수 있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A) 등에서 앞선 버거킹은 7000억원, 업계 5위 KFC는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맘스터치는 EBITA가 지난해 기준 440억원으로 버거킹(745억원)보다 적지만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고, 해외에 진출하면 오히려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한국 토종 브랜드 프리미엄 덕분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 점포 수가 1364개(올해 7월 기준)로 업계 최다인 점도 강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업계가 전반적인 침체기를 겪은 것과 달리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비대면 '배달·혼밥' 트렌드로 오히려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지난해 버거킹은 전년 대비 200% 늘어난 영업이익 248억원을 거뒀고, 매출은 18.7% 늘어난 6784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맥도날드는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국내 직영·가맹점 총 매출은 1조596억원(본사 매출 8678억원)으로, 198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버거 시장에 '노브랜드 버거' 같은 가성비 버거와 '쉐이크쉑' '고든램지 버거' 등 프리미엄 수제버거가 등장한 데다 원재료 가격 급등과 금리 인상, 인건비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며 계속 호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맥도날드를 비롯한 4개 브랜드 모두 올해만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결국 최고의 성적표를 들고 있는 지금이 매각 최적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4호 펀드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선 안정적인 투자 회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KG그룹 역시 쌍용차 인수와 맞물려 자금 마련을 위해 비주력 자회사를 매각하는 중이다.

맥도날드의 경우 최근 본사가 마스터 프랜차이즈 권리를 파는 방식으로 해외 법인을 차례로 매각하면서 손실 위험이 없는 로열티(순매출액의 5%) 체제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미국 본사는 지난해에만 로열티로 543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윤을 챙겨갔다.

그러나 최근 M&A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비슷한 매물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인 만큼 매각 조건을 맞추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가장 먼저 매물로 나온 버거킹은 현재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올해 초부터 KFC 매각에 고전해온 KG그룹은 최근 중견 PEF 운용사인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PE)와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한 한국맥도날드의 매각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다음 달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맥도날드는 2016년에도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시도했지만 당시 원매자와의 견해차로 새 주인을 찾지 못했었다. 한편 맘스터치 최대주주인 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는 다음달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진행하고 연내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송경은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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