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기업

"반도체 위기 2024년까지 계속될것" 전문가 59%

이승훈 기자

입력 : 
2022-09-05 17:22:03
수정 : 
2022-09-06 06:53:55

글자크기 설정

대한상의, 전문가 30명 설문

공급과잉·수요감소·中추격 등
구조적요인 많아 단기에 안끝나
현상황 최근 10년내 가장 심각

대만, 韓대비 경제규모 절반
정부 규제완화·인센티브 덕
반도체 대기업은 두배 많아
사진설명
공급과잉과 수요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며 촉발된 반도체 산업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제기됐다. 단순한 가격 하락 외에 중국의 기술 추격 등 구조적 위험 요인이 겹쳐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보다 경제력 규모가 절반에 못 미치는 대만의 반도체 대기업 숫자가 오히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반도체 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6.7%가 현재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위기 상황 직전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0%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위기 상황이 금세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 상황을 위기 혹은 위기 직전으로 진단한 전문가들에게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 묻자 58.6%가 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 하반기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 등 순이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감소,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 위험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장·단기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그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근 수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와 시장조사기관들은 3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이 최근 10년 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2016년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 당시, 2019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를 비교할 때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은 43.4%에 달했다. 2016년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과 사드 사태 여파로 4년간의 수출 증가세가 꺾인 해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반도체 다운 사이클 여파로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6%가량 줄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 산업 출렁임이 주로 일시적 대외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에 원인이 있다면, 이번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 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에게 의뢰한 '대만의 산업 재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대만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국내총생산(GDP)은 7895억달러로 한국(약 1조7985억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하지만 연 매출액이 10억달러를 초과하는 반도체 대기업 수는 28개로 한국(12개)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1위인 TSMC와 3위인 UMC,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분야 세계 4위인 미디어텍 등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대만의 성공 비결은 첨단·미래 산업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산업 정책을 펼친 데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전경련이 최근 3년(2019~2021년)간 반도체 산업의 평균 법인세 부담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6.5%로 대만의 14.1%보다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 부담률은 법인세차감전순이익 대비 법인세비용을 의미한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 27.0%, SK하이닉스 23.1%, LX세미콘 20.1% 등으로 한국 주요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15%를 상회했지만 대만은 TSMC 10.9%, 미디어텍 13.0%, UMC 6.1% 등으로 모두 15%를 밑돌았다.

[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