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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정비·개조 수요 몰리는 싱가포르…亞시장 25% 점유

문광민 기자

입력 : 
2022-09-04 17:40:16
수정 : 
2022-09-05 09: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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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선점한 싱가포르
축구장 400개 규모 산단 조성
업체 60곳 모여 모든 작업 해결
세계 23개 지역 진출해 활약

아태지역 성장성 커 각광
항공산업 회복에 MRO 활기
물류 등 관련산업 시너지도 커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
대형 항공사 자사정비 위주
정비·개조 전문기업 1곳 불과
◆ 급성장하는 항공 MRO (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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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북동부 셀레타르공항 인근에는 축구장 400개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320만㎡)에 항공·우주산업 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곳 '셀레타르 에어로스페이스 파크'에는 보잉,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프랫&휘트니(PW), 싱가포르테크놀로지스엔지니어링(ST엔지니어링) 등 내로라하는 항공산업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다. 셀레타르 에어로스페이스 파크는 항공기 유지·보수·운영(MRO) 산업 허브로 자리 잡았다. 전용 공항인 셀레타르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면 이곳에서 부품 조달부터 정비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공항에는 다국적 기업과 현지 기업이 60개 이상 들어와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 물류 허브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항공 MRO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했다. 싱가포르민간항공국(CAAS)에 따르면 항공 MRO산업은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에 약 3%를 기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항공 MRO산업은 세계시장의 10%, 아시아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MRO산업의 대표 기업은 ST엔지니어링의 상업우주항공 부문인 ST에어로스페이스(STA)다.

STA는 싱가포르 공군의 항공 MRO를 담당하면서 사업 영역을 민간 분야로 확장해 세계 3대 정비업체로 발전했다. 현재 STA는 전 세계 23곳에 MRO 단지를 조성해 기체·엔진·부품정비와 기술·자재 지원 등 항공정비 산업 전반에 걸친 종합 MR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TA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도 해외에 추가로 MRO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STA는 2024년 말 완공을 목표로 개발비 2억1000만달러를 들여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공항 인근에 6만㎡ 규모 MRO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전 세계 항공산업이 활기를 되찾아가면서 MRO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항공 MRO산업에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주요 무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항공산업이 이미 성숙 단계에 이른 북미·유럽 등에 비해 아·태 지역은 항공산업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보잉이 상업 항공시장을 전망한 바에 따르면 아·태 지역 항공기 보유 대수는 2019년 8020대에서 2041년 1만9060대로 1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도 싱가포르 MRO산업을 롤모델로 삼아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에 항공 MRO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지원을 내걸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30년까지 세계 항공·우주산업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8년 안에 MRO산업을 포함한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수익 552억링깃(약 16조5000억원)을 올리고 고소득 일자리 3만2000개 이상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투자진흥청은 각종 인센티브와 매칭 펀드를 통해 항공우주 분야에서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MRO는 항공기 제조와 밀접하게 관련된 자본집약적 첨단산업인 동시에 숙련된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초기 고정자본 투입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별 MRO 기업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는 통상 10년가량이 걸린다. 이 시기를 지나 고객을 확보하고 나면 장기간 안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게 MRO산업의 특징이기도 하다.

또 MRO산업이 커지면 물류산업을 비롯한 주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MRO산업 육성에 목을 매는 이유다.

전 세계 MRO 기업 중 가장 존재감이 큰 기업은 루프트한자테크닉(LHT)이다. 독일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자회사인 LHT는 함부르크·프랑크푸르트·뮌헨공항 등에 거점을 두고 유럽 전역에서 12개 항공정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앞선 기술력은 물론 해외 주요 국적 항공사들과 맺은 폭넓은 제휴가 경쟁력이다.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우는 동남아 MRO 기업과는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LHT 매출은 40억300만유로(약 5조4000억원)에 이른다.

중국은 항공 MRO산업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상업용 항공기 중 약 15%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율은 10년 내 18%로 확대되고 평균 기령 또한 현 6.4년에서 10년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MRO 수요가 계속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장 올해 중국의 항공 MRO 내수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20%가량 확대될 것이라고 전 세계 컨설팅 기업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항공 MRO 외주 비중을 줄이고 내수 산업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일본 MRO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년여 사이 일본 항공사들은 항공기 정비를 해외에 위탁하는 대신 일본 MRO 기업에 맡겼다.

한국의 경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자사·계열사 항공기 정비를 주로 해왔으며, 국내 유일의 항공 MRO 전문 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설립된 건 4년 전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고도 기술이 필요한 항공전자·부품 분야 경쟁력이 약하다는 게 항공정비업계의 지적이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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