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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프리즈 낙수효과` 톡톡…해외 미술관·큰손들 한국작품 싹쓸이

이한나,김슬기 기자

이한나,김슬기 기자

입력 : 
2022-09-04 17:38:01
수정 : 
2022-09-06 09: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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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키아프 `3대 성과`

윤형근·박서보·이배·배헤윰
한국 간판들 프리즈서 완판

키아프 역대 최대매출 불구
10억넘는 고가작품 판매 저조

프리즈 서울 기대치 넘는 성과
키아프 경쟁력 제고는 숙제로
◆ 'K아트' 아시아 미술 중심 우뚝 ◆

사진설명
4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3일 차를 맞은 프리즈의 에콰벨라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124억원에 팔린 장미셸 바스키아의 대작 '오리'(오른쪽 큰 작품) 사진을 찍으며 관람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여타 국제적 규모의 페어보다 현지 미술을 중점적으로 소개해 볼거리가 많았고, 덴마크에서 서울까지 온 보람을 느꼈다. 특히 한국 고유의 미술 행사인 키아프와 동시에 개최해 작품들이 다채로웠던 것 같다."(덴마크 컬렉터 스텐 바르크만) 지난 주말 서울은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미술 수도였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미술계 VIP와 종사자들은 서울에 매료됐다. 한국도 홀렸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VIP 사전 입장날인 2일 프리뷰에 이어 3~4일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찾은 관람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1개국의 350개 화랑이 결집해 차원이 다른 미술 장터 위용에 애호가들은 찬탄을 숨기지 못했다. 5일 막을 내리는 프리즈 서울이 한국에 남긴 세 가지 성과를 정리했다.

① 한국 미술, 해외로 날았다
프리즈 서울의 가장 큰 수확은 한국 미술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린 것이다. 양대 페어에 부스를 차린 갤러리현대는 프리즈에서 박현기·이승택·곽인식 세 작가만 참여시켜 '돌의 세계'를 꾸미는 파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박현기의 '무제'(TV 돌탑)는 26만달러(약 3억5000만원)에 팔렸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마스터스 섹션에서 선보인 한국 실험미술 작품에 국내는 물론 해외 고객의 구매가 활발했다"며 "서울이란 도시와 한국 작가들의 가치를 확실히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배는 최고의 화제 작가가 됐다. 명품 브랜드 생로랑이 이배 단독 전시를 프리즈에서 열었고, 조현화랑은 '불로부터' 6점을 입구에 대문처럼 걸어 눈길을 끌었다. 출품작은 완판됐다. 국제갤러리는 프리즈에서 100억원대 김환기 푸른 점화를 간판으로 내걸어 K아트의 위용을 자랑한 데 이어 7억원대 박서보 '묘법', 5억원대 하종현 '접합' 등 거장의 작품은 물론 1억원대 양혜규·문성식 작품, 3000만원대 이희준 작품까지 차세대 간판 작가 작품도 대거 완판시켰다. '포커스 아시아'에 참여한 휘슬 갤러리는 신진 작가 배헤윰(35)의 400만~2000만원대 회화 10여 점을 첫날 모두 매진시켰다.

② 키아프 '시너지 효과' 쏠쏠
사진설명
4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의 갤러리현대 부스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입구 오른쪽에는 이슬기의 '일석이조 (一石二鳥), U'가 걸려 있다. [박형기 기자]
세계 3대 아트페어와 정면 대결한 키아프의 우려는 첫날 현실화하는 듯했다. 3층과 1층의 작품은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일반 관람객 입장이 시작된 2일 차부터 판매 분위기가 순조롭게 형성됐다. '낙수 효과'로 키아프는 역대 최대 매출이 예상된다. 눈이 황홀했던 프리즈의 고가 작품에 입맛을 다신 컬렉터들이 키아프의 접근 가능한 작품을 대거 매수했기 때문이다. 올해 키아프에 참여한 미국 뉴욕 미즈마&킵스 갤러리의 켄 킴 대표는 "작년 키아프보다 첫날 실적은 저조했지만, 첫날 프리즈에 방문한 미국과 홍콩 고객을 새로 만나 1만7000달러, 3만달러의 작품을 처음 판매했다"며 "프리즈와 키아프는 체급이 달라 시너지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키아프에서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학고재, PKM 등의 억대 이하 작품은 첫날 완판됐다. 한국 작가의 수백만~수천만 원대 작품은 '완판'을 이어갔지만 10억원이 넘는 작품은 잘 팔리지 않았다.

'넘사벽'인 프리즈 수준까지 키아프의 질을 끌어올려야 하는 큰 숙제도 안게 됐다. 한 대형 화랑 대표는 "개막 초반 프리즈 쏠림 현상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본다. 첫 회에 프리즈 갤러리 수준을 파악하고 차별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키아프를 알리고 국내 갤러리들도 체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③ 서울, 아시아 미술 허브로 우뚝
프리즈와 키아프가 성공하면서 서울은 싱가포르, 일본 도쿄와의 아시아 아트페어 전쟁에서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현장에서 만난 해외 갤러리스트와 컬렉터마다 "싱가포르보다 서울이 낫다" "서울이 최고"라고 말하며 감탄했다. 첫 페어에 몰려든 관객과 파티 도시로 변한 서울의 매력, 젊은 컬렉터의 열정은 초고가 명작을 들고 방한한 메가 갤러리들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안겨줬다.

600억원대 파블로 피카소 작품과 520억원대 앤디 워홀 작품을 내걸고 프리즈 최고 인기 부스가 된 100년 전통의 뉴욕 에콰벨라는 아트바젤에서도 팔지 못한 장미셸 바스키아의 대작 '오리(Duck)'를 900만달러(약 124억원)에 팔았다. 그림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매일 전시장 벽면을 다른 작품으로 교체한 일본 도쿄화랑 관계자는 "아트바젤에도 참석했지만 VIP가 이렇게 많은 페어는 처음이며 관람객들도 상상을 초월한다"고 밝혔다.

LGDR는 미국 화가 조엘 메슬러 12점을 완판했다. 페로탕은 프리즈와 키아프의 전 작품을 파는 괴력을 보여줬다. 피카소, 마르크 샤갈, 조르조 모란디 등 걸작을 엄선한 이탈리아의 로빌란트 보에나는 20억원대 작품을 다수 팔았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우리는 벌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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