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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플레 폭주` 주춤했지만…원유감산·강달러 불씨는 여전

전경운,이희조 기자

전경운,이희조 기자

입력 : 
2022-09-02 17:55:54
수정 : 
2022-09-03 1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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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물가상승률 5.7%

전월대비론 21개월만에 감소
침체 우려에 유가 주춤한 영향
생활물가지수도 7월보다 하락

외식값 9%·전기료 18% 상승
고물가 기조전환 단언은 일러

농산물값 8월에도 고공행진
정부, 성수품 4000t 추가 공급
◆ 물가 정점론 솔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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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꺾이면서 물가가 정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한 만큼 올해 4분기에는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기대되는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국제유가도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을 비롯해 산유국 동향, 우크라이나 사태 등 물가 상방 요인이 여전해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의견이 많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물가상승률 5.7%(전년 동월 대비)는 절대적 수치로 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상승률이지만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이어진 상승폭 확대 행진이 중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발언과 연관된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초반에서 횡보하다가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5%대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이르면 9월 초나 늦어도 10월에는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을 전년 동월 대비가 아닌 전월 대비로 비교하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대비 -0.1%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올해 들어 0.5~0.7%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가상승률 둔화는 국제유가가 주춤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배럴당 127달러까지 뛰었던 두바이유 가격은 현재 90달러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8월 석유류 물가는 7월과 비교하면 10% 하락해 1998년 3월(-15.1%)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 역시 4.4%로 7월(4.5%)보다 소폭 낮아졌다.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물가라고도 불리는 생활물가지수 역시 6.8%로 7월(7.9%)에 비해 하락하는 등 대표 지수들이 물가 정점론을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물가 정점론을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산유국 연합체의 원유 감산 얘기가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상하기 어려우며 환율 변수도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다시 급등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희재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명절 성수기 수요 증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안 요인이 지속적으로 잠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폭이 다시 확대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가 정점론에는 전문가들 역시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선진국의 물가 안정책 영향으로 당분간은 한국 물가도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대외 요인과 원화값 하락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달러당 원화값"이라며 "미국이 연말까지 금리를 계속 높일 계획인 만큼 달러 강세에 의해 원화값은 계속 낮아져 1400원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고물가 대책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데다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크게 떨어져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농산물과 외식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배추(78%), 오이(69.2%), 파(48.9%) 등 채소류가 전년 대비 27.9% 올라 2020년 9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는 8.8% 올라 1992년 10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킨(11.4%), 생선회(9.8%)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정부는 추석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이 높은 성수품을 중심으로 농산물 공급을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배추, 무, 양파, 마늘, 감자 등 전년 대비 가격이 높은 품목에 대해 추석 직전까지 약 4000t을 추가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추석 성수품 장보기가 9월 초 집중되는 데 대비해 8월까지 16만7000t을 선제적으로 공급해서 당초 계획했던 15만9000t 대비 105%를 초과 공급했다고 밝혔다. 추석 기간에 역대 최대 규모인 65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도 8월까지 283억원(43.5%)이 집행됐다고 소개했다.

[전경운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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