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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아킬레스건` 움켜쥔 러…佛·獨에 가스 중단

이유진 기자

입력 : 
2022-08-31 17:55:52
수정 : 
2022-09-01 06: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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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프롬 "밀린 대금 달라"
佛 엔지社에 가스 완전 끊어
독일행 가스관도 나흘간 잠가
난방수요 급증 겨울 앞두고 비상

EU, 에너지 15% 감축 합의
발트해국가들 "해상풍력발전
2030년까지 7배 확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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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가스 공급줄을 움켜쥔 러시아가 또다시 공급 중단 카드로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 감소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보릿고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 운영을 이날부터 오는 3일까지 나흘간 멈춘다. 가스프롬 측은 "가동시간이 1000시간을 넘어 점검이 필요하다"고 중단 이유를 댔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해안에서 독일 북동부를 잇는 해저 파이프라인으로, 길이만 1200㎞에 달한다. 2011년 개통해 러시아산 수입가스의 대부분을 전달하는 독일의 '에너지 동맥'이다.

독일 에너지 당국은 이번 행위가 '정치적 결정'이라며 러시아를 비난하고 나섰다. 클라우스 뮐러 연방네트워크청장은 "기술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길게 에너지 공급을 중단해 유럽을 압박하기 위한 핑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스프롬이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볼모로 잡은 것은 올 들어 네 번째다. 러시아는 지난 6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공급하는 가스량을 평소의 40% 수준으로 줄였다. 7월에는 가스관을 열흘간 잠갔다가 공급을 재개하면서 공급량을 다시 절반으로 감축했다. 이미 러시아로부터 오는 가스량이 평년의 20%밖에 되지 않는데 이번에는 이마저 끊어버린 것이다.

유럽은 매년 4000억유로(약 537조원)를 내고 러시아에서 천연가스의 40%를 수입해왔다. 이 중에서도 독일은 수입량이 2020년 기준 426억㎥에 달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러시아산 가스만 100% 쓰는 몰도바, 북마케도니아 등보다는 의존도(49%)가 낮지만, 경제 규모가 큰 터라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기면 타격이 크다. 조너선 스턴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 연구원은 유로뉴스에 "노르트스트림-1이 이후에 흐름을 재개하지 않으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지 얘기하기 어렵다"며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가격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프랑스에 대해서도 가스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타스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은 지난 30일 가스프롬이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에 밀린 대금을 받을 때까지 다음달 1일부터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가스프롬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계약에 대해 양측 의견이 맞지 않아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아예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말을 바꿨다. 가스프롬은 7월 가스대금 전액을 수령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엔지는 성명에서 "필요한 물량은 이미 확보했다"며 "재정적·물리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도 강구해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편이지만, 전 세계적인 에너지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미 전날 올겨울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일 가스와 전기 등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 회의를 주재한다. 덴마크 등 발트해 국가들은 지난 30일 2030년까지 해상 풍력발전을 7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단기 해결책은 아니다. 난방·전기 수요를 채워줄 에너지가 부족해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내년 봄까지 자발적으로 가스 수요를 15% 줄이기로 합의했다. 독일은 3단계 비상 가스 계획 중 2단계를 발동했고, 강제 배급을 피하려면 가스를 절약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U 집행위원회도 개입했다. EU는 지난 29일 가스 가격 인상과 전기비 폭등이 이어지자 비상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가스 선물(9월물) 가격은 지난 26일 역대 최고치인 339유로까지 치솟았다가 30일 EU 발표 이후 260~270유로로 떨어졌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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