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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한달만에 최고…"유럽 올겨울 에너지 배급제 할판"

김덕식,신혜림 기자

김덕식,신혜림 기자

입력 : 
2022-08-30 17:20:09
수정 : 
2022-08-30 20: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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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 우려 고조에
리비아 유혈충돌까지 겹쳐
WTI 다시 100달러 육박

EU, 내달 9일 에너지 회의
가스요금 상한제 등 논의할듯
"수년간 끔찍한 겨울될 수도"

러는 제재에도 석유수출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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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던 유가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더니 29일엔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수급에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95달러(4.2%) 상승한 배럴당 97.0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7월 29일 이후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제안에 대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 회원국 사이에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공급 감소 우려가 고조됐다.

시장 변동성에 따른 감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사우디의 주장과 관련해 OPEC 순회 의장을 맡은 브뤼노 장 리샤르 이투아 콩고 에너지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의 견해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근 매파적 발언을 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은 상태다. 하지만 원유 시장에서는 공급 우려가 경기 침체 우려를 압도한다. 마크 오스트발트 ADM 인베스터 서비스 인터내셔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OPEC의 감산 위협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리비아에서 무장세력 간 유혈 충돌이 발생해 원유 생산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27일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로 32명이 사망했다.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에 혼란을 맞은 유럽은 비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유럽연합(EU) 에너지 관련 장관들은 다음달 9일에 모여 에너지 위기와 관련해 공동 대응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EU 에너지위원회 특별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전기발전에 사용되는 가스요금 상한제와 전력시장 구조 개혁 등이 논의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같은 날 "집행위가 현재 '비상 개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그는 "매우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비상 수단이 필요하다"며 "아마도 수주일 안에 대응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BBC에 따르면 티너 판데르스트라턴 벨기에 에너지 장관은 "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EU 국가들은 5~10번의 끔찍한 겨울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독일 정부가 올겨울에 대비한 가스 비축량 목표 달성에 낙관적인 전망을 발표한 덕분에 하락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가스관 정비나 대금 문제를 이유로 공급을 줄이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반복됐다. 유럽 가스 가격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가격은 지난 10년 평균 대비 14배 이상 오른 상태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 업체들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독일 발전소 운영회사인 우니퍼는 국영은행에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오스트리아 에너지 업체인 빈 에네르기도 정부와 구제금융 지원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가스·전기 도매가격이 급격히 올라 운영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벤 판뵈르던 셸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이 앞으로 수년간 에너지 배급제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에너지 효율 제고, 에너지 배급제, 아주 신속한 대체 에너지원 확보 등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도 "모든 나쁜 시나리오가 겹칠 경우 소비자에게 소비를 줄이도록 강요할 수밖에 없다"며 "배급제가 시행될 경우 기업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오히려 석유 수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나 리바코바 국제금융협회(IIF) 차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러시아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석유·천연가스 수출로 970억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이 중 740억달러가 석유 부문 수익"이라고 전했다. 매출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WSJ는 러시아가 올해 들어 월평균 200억달러의 석유 매출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126억달러)보다 대폭 증가한 것이다.

[김덕식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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