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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이창용 "달러유출은 해외투자 늘었기때문…원화약세發 위기없다"

박용범 기자

입력 : 
2022-08-28 18:17:00
수정 : 
2022-08-29 11: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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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잭슨홀 회의 현지서 본지와 만나 밝혀

美 물가상승률 8% 넘는 상황
파월의 매파 발언 놀랍지 않아

美금리 추가인상 땐 한미 역전
미국 인플레이션 감안하면
한미 기준금리차 당연한 수준

원화가치 나홀로 약세 아니야
엔화·유로화 비해 오히려 선방
◆ 잭슨홀 현장중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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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7일(현지시간) "원화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위기가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이 총재는 이날 회의장에서 매일경제 특파원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정부에서는 독립했지만 연준에서는 완전히 독립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지난 26일 매파적 발언에 대해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잭슨홀 회의에서 "급속한 고령화로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 총재가 잭슨홀 회의에서 세션 발표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신흥국이나 소규모 개방경제(한국 등)에서는 이상적인 정책수단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향후 시장 전문가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정의한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는 거시경제 전망을 제시하지 않고 특정 시기 목표치에 기반한 정성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를 말한다. 경제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 전망치와 함께 중앙은행의 목표에 부합하는 금리 경로를 제시하는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와는 차이가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을 해서 시장에 충격을 줬는데. ▷파월 의장이 그 정도 언급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떨어질 것으로 봤고, 지난 26일 시장의 반응은 예상했던 수준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를 넘는 만큼 당분간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인플레이션을 못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파월 의장이 이렇게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발언이 크게 놀랍지 않았다.

―8월 한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같아졌다. 연준이 9월에 50~75bp(1bp=0.01%포인트)를 추가 인상하면 금리 차 확대 우려가 있지 않을까. ▷미국 인플레이션 수치를 고려하면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격차가 너무 커져 자본 이동이 생기면 대응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원화 가치가 주요국 화폐들에 비해 절하된 것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거에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몇 차례 있었지만 자본 유출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원화값의 급격한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플레이션에 주는 영향이 나쁘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자본이 해외로 나가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국민연금,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없다.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말, 올해 초 자본 유출이 있었는데 이것은 그 전에 워낙 올랐기 때문이다.

―해외 자본의 급격한 유출은 걱정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당시에는 원화만 평가절하되면서 한국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났다. 지금은 한국이 순채권국이다. 해외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었다. 엔화, 유로화에 비해서도 원화의 절하율이 낮다. 원화만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잭슨홀 회의에서 발표한 '시나리오에 기반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란 어떤 개념인가. ▷국제통화가 없는 신흥국이 자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상충하는 가이던스를 주게 되면 투기적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선진국이 하듯이 가이던스를 줄 수 없다. 그렇다고 매번 전략적으로 불확실성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애매하게만 말하는 것도 좋지 않다. 시장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펀더멘털에 맞는 경로를 알려주되, 불확실성에 따른 상황에서 오해가 없도록 하면 된다. 특정한 조건하에서 이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힌트를 주면 된다.

[잭슨홀(와이오밍주)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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