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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조 한파에 투자·신규채용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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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LG엔솔 등
국내외 공장 증설 보류

현대차 상시 희망퇴직 도입
기업들 인건비 줄이기 고심
◆ 얼어붙는 산업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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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일제히 올리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예상되자 기업들은 예정된 투자까지 보류하고 나섰다. 슈퍼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반도체업계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43만3000㎡ 터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예정이었다. 내년 착공해 2025년 완공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사회 결정으로 착공이 연기된 것이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고 있는 점이 증설을 보류한 원인으로 해석된다. 실제 반도체 수요처들의 재고가 증가하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 시장 성장률을 0.6%로 낮춰 잡았다. 지난해 성장률이 30.9%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작년에 세웠던 투자 계획은 당연히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으로 보고, 원재료 가격 또한 너무 올랐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하기에는 잘 안 맞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내년 자본지출을 25%가량 줄여 16조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수요 둔화와 함께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도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짓기로 했던 원통형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는 현재 보류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 확정 여부에 대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두 달이 지나도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황 자체는 여전히 좋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과 원화값 급락 등으로 필요한 투자금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업계는 아직까지 '초과수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투자 비용이 급격히 늘어 검토 중일 뿐, 곧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했다.

산업계는 투자 유보와 함께 인건비를 감축하기 위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재계 맏형인 삼성마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한때 내부 분위기가 술렁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희망퇴직 외에 대규모 인력 조정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 반대로 구조조정을 하기 어려운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사실상의 상시 희망퇴직 제도인 '커리어 컨설팅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전직이나 경력 전환을 희망하는 50세 이상 고연차 직원이 대상이다. 현대차가 이 제도를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이유는 전기차 시대에는 필요 인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계에서 현실적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신규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유정 기자 / 우제윤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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