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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침체 우려에 금리 속도조절…李총재 "연말 3%" 재확인

김정환 기자

입력 : 
2022-08-25 17:49:00
수정 : 
2022-08-25 21: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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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사상 첫 4차례연속 금리인상 단행

"경기하방위험 증대" 언급하며
10월·11월 베이비스텝 시사

최근 1년새 금리 2%P 껑충
고물가·원화약세 방어 나서

매경-한경연 경제위기 시계
`21시 45분` 위기 한복판으로
◆ 한은 금리 인상 ◆

사진설명
이창용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4년 만에 최고치인 5%대 고물가를 내다보면서도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물가와 한미 금리 차로 인한 자본 유출, 이로 인한 달러당 원화값 추락 위험이 분명하지만 금리 인상 충격으로 경기의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 통화정책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와 경기라는 절벽 사이를 서행 운전하며 무난하게 통과하겠다는 것이다.

25일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에서 5.2%로 대폭 올리면서도 종전 연 2.25%였던 기준금리는 2.50%까지 올리는 데 그쳤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2.7%에서 2.6%로 낮췄다. 올해 초 전망치가 3.0%였다는 데 비춰 보면 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중국 경제 불확실성 등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의 성장 흐름도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한은 수정 경제 전망을 보면 경제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국 경기 타격 등에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가 0.1%포인트 더 깎였다. 설비투자 전망은 -1.5%에서 -3.8%로 악화됐고 건설투자도 -0.5%에서 -1.5%로 내려갔다. 상품 수출 증가율은 3.3%에서 3.2%로, 경상수지 흑자 전망은 500억달러에서 370억달러로 대폭 낮아졌다.

다만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등으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3.7%에서 4.0%로 높아졌다. 한은은 경제 '버팀목'이 된 소비를 짓누르지 않기 위해 이날 빅스텝을 단행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설명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설비투자는 0.07~0.15%, 건설투자는 0.07~0.13%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간소비는 최대 0.15% 감소하는 것으로 봤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면서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하락하기 때문에 지갑을 닫는 국민이 많아지게 된다. 최근 1년 새 기준금리는 2%포인트나 숨 가쁘게 올랐는데 추가 상승 부담이 커지면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악화될 소지가 크다. 내년 전망도 좋지 않다. 2023년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1%대에 가까운 저성장이 예상된다. 내년 물가는 3.7%로 여전히 한은 중기 물가관리목표(2%)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6개 지표를 바탕으로 경제예측 모델을 구축한 결과 향후 1년 안에 외환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확률은 81%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 상황을 자정으로 맞춘 시계 모델로 전환해보면 이달 시간은 오후 9시 45분으로 '위기 경고'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위기 시계가 오후 8시(위기 확률 66%)를 가리켰다는 점에 비춰 보면 한 달 새 위기감이 부쩍 올라간 것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올해 10월과 11월 두 번 남았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에서 3.0%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최대 3.0%까지 올라간다. 연초 금리 수준(1.25%)에 비해 1.75%포인트가 더 오르는 것이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오르면 연간 GDP는 0.4%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인해 3%대를 바라볼 수 있었던 성장률이 2%대 중반(2.6%)으로 낮아졌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성장 측면에서는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당분간 25bp(1bp는 0.01%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해 "우리 경제가 전망대로 내년 2.1% 성장하면 잠재성장률을 웃돌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선방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 총재는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는 그렇지 않다"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외부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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