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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제조·물류·에너지 충격…`제로성장` 향하는 메마른 유럽

이유진 기자

입력 : 
2022-08-25 17:47:00
수정 : 
2022-08-25 21: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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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024년까지 성장 둔화"
◆ 기후변화 신음하는 유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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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휩쓰는 가뭄은 농업뿐 아니라 제조업, 물류,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가장 먼저 포화를 맞은 곳은 화물 운송 분야다. '500년 만의 최악 가뭄'에 강이 마르면서 유럽 국가 간 운송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륙 운송에 차질이 생겼다. 혹독한 가뭄에 물이 마르면서 지난 12일 독일 서부 빈켈 근처 라인강 수위는 이미 '비경제적 수위'라고 불리는 40㎝ 아래로 내려갔다. 강이 바짝 마르면 화물을 최대 용량으로 실을 수 없다. 포브스에 따르면 독일 선사들은 현재 최대 선적 용량의 절반만 싣고 운항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독일·네덜란드·스위스 경제를 떠받치는 라인강의 주요 경유지에서 사실상 화물 운송이 불가능해져 막대한 디젤·석탄 흐름이 막혔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강 수위가 낮아져 수력발전 용량이 급감했는데,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 공급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화력발전소를 추가 가동해야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디젤과 석탄을 실어 나를 석탄운반선이 제대로 운항되지 않아서다. 라인강을 오가는 바지선 요금은 이달 초 평소보다 30% 이상 치솟았다.

전력난에 숨통을 틔워줄 원자력발전도 가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바닷물이나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데, 냉각수용 강물이 말라붙었기 때문이다. 물을 끌어온다 하더라도 수온이 너무 높으면 냉각수로 부적합하다.

알버트 얀 스와트 ABN암로뱅크 NV 운송경제학자는 "2018년 라인강 교통 흐름에 문제가 생겨 유럽이 50억유로(약 6조6700억원)의 손실을 입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붕괴, 가뭄이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소 2024년까지 높은 인플레이션과 느린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발 에너지 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가뭄까지 3연타를 맞아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성장이 2분기에 둔화되고, 앞으로 몇 달 안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르스텐 브레츠스키 ING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 독일이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의 내년도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프랑스는 1%, 독일은 0.8%로 사실상 제로 성장의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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