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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노조 "美서 전기차 생산 확대 반대안해"

원호섭 기자

입력 : 
2022-08-25 17:30:12
수정 : 
2022-08-25 19: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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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생산 차만 보조금 지급으로
국내 생산 아이오닉5·EV6
보조금 못받자 전향적 자세
단 국내 고용보장 단서 달아

2025년 예정 美전기차 공장
6개월 앞당겨 가동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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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 노동조합이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 물량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지난 17일부터 미국에서 최종 조립·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함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아이오닉5와 EV6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자 노조가 전환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생산 공장이 이르면 2024년에나 가동되는 만큼 IRA 시행으로 생긴 보릿고개를 메울 수 있는 희망이 생긴 셈이다.

25일 현대차·기아 노조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는 일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전기차는 더 이상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만큼 이는 회사는 물론 노조에도 불이익"이라고 말했다. 기아 노조 관계자 역시 "경쟁력 차원에서 미국 생산량 확대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간 업계에서는 노조의 반발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추가 생산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 단체협약에는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노사가 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차량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면 국내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노조가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초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노조와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는 각각 4만5060대, 4만1865대다. 미국 판매량은 1만3845대, 1만2568대로 국내 생산량의 약 30%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노조는 다만 국내 고용 안정이 보장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아 노조 관계자는 "국내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미국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 시행된 IRA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1대당 7500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직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가 없는 만큼 보조금 목록에서 제외됐다.

IRA 시행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오닉5와 EV6가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판매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2025년으로 예정된 미국 전용 전기차 공장 가동을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공영운 사장과 함께 미국 출장에 나섰다. 정 회장의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정·재계 인사를 만난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뉴욕이나 워싱턴DC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반대하지 않는 만큼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전용 공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공장에서 새로운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략 6개월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IRA 시행 이전인 17일까지 계약된 물량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차 반도체 부족에 따라 출고 대기 현상이 이어지면서 내년 초까지는 보조금을 받는 차량이 판매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미국 공장 생산량 확대를 준비한다면 내년 2분기부터는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IRA 발효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하는 만큼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해 북미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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