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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로봇도시` 키우는 美…보스턴서만 창업 10배 늘었다

황순민 기자

입력 : 
2022-08-24 17:49:17
수정 : 
2022-09-12 18: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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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인재사관학교…연구·창업·투자 일괄 지원

피츠버그
쇠락한 제철소에 자율차·국방로봇 주력

실리콘밸리
첨단기술 무장 빅테크·VC 생태계 강점

美 전략자산으로 집중육성
세계 로봇투자 60% 차지
◆ 로봇시장 빅뱅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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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실리콘밸리로보틱스]
미국이 로봇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 세계 인재, 자본, 기술을 빨아들이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로봇산업을 하드웨어(제조업)는 물론 소프트웨어(인공지능, 플랫폼)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집중 육성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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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 피츠버그, 실리콘밸리에선 도시마다 세계의 '로봇 수도(Robot Capital)'를 목표로 로봇 클러스터를 만들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보스턴), 카네기멜런대(CMU·피츠버그),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실리콘밸리) 등 지역 내 초일류 대학이 중심이 돼 연구·교육·창업·투자가 모두 이뤄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로봇 투자는 200억달러(약 26조8260억원) 규모로 이미 전 세계 투자액의 60%를 차지한다. 미국 로봇산업 현장에선 최근 세 도시가 미국 '로봇패권'을 위해 힘을 합친 것이 큰 화제였다. 보스턴, 피츠버그, 실리콘밸리 삼각축으로 결성된 '미국 로봇 클러스터 연합(USARC)'은 △미국 로봇 클러스터 간의 적극적 협업 △로봇과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집중적 투자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미션으로 내걸었다. 실리콘밸리로보틱스의 안드라 키 매니징디렉터는 "세 도시의 로봇 클러스터는 지난 10년간 10배 이상 성장했고, 전 세계 로봇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번창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 남짓을 달려 도착한 시포트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매스 로보틱스. 이곳은 MIT, 하버드대, 보스턴대(BU) 실험실에서 개발된 로봇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창업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로봇 사업화를 위한 고객 수요 조사나 테스트를 지원하고, 시제품 제작에 들어가면 대기업(제조사)과 연결해준다. 인근 대학 연구진이 속속 창업에 뛰어들면서 2013년 12개에 불과했던 입주 스타트업은 108개로 늘었다. 투자받은 금액도 3억5000만달러(약 4603억원)에 달한다. 아마존로보틱스, 아이로봇, 미쓰비시, 페덱스 등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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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시 외곽에 위치한 로봇 스타트업 '라이트핸드로보틱스'에서 라엘 오드너 창업자가 물류용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매스 로보틱스 공동설립자 조이스 시도폴로스는 "실리콘밸리가 아닌 보스턴을 전 세계 로봇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수도로 키우기 위한 중앙정부, 시, 대학, 기업의 협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이 로봇산업의 메카로 떠오르는 이유는 인재, 자본, 창업 플랫폼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MIT 등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인재가 쏟아져나오고 인근 보스턴에는 500개에 가까운 벤처캐피털(VC)이 있다. 여기에 현대차, 도요타,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로봇 사업 본진으로 보스턴을 택하고 있다. 창업 플랫폼도 활성화됐다. 위스연구소의 안젤리카 프레젠 디렉터는 "대학 혁신이 스타트업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한 개인이 하버드대 역대 최대인 2억5000만달러를 기부해 만들어진 위스연구소에선 로봇 등 하드웨어 상업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몰락한 도시'의 대명사였던 피츠버그는 로봇·AI 중심 첨단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피츠버그는 미국 철강산업 침체와 함께 고용률이 25%에 불과할 정도로 실업률이 증가했고 한때 인구의 60%가 도시를 빠져나갔다. 시는 CMU와 손잡고 도시를 로봇과 AI 클러스터로 변모시켰다. CMU는 펜실베이니아 주정부 지원하에 첨단기술센터와 기술투자회사를 세워 도시를 재생시켰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월트디즈니 등이 리서치센터·연구소를 세워 우수 인재 유치에 나섰다. 우버는 제조업 쇠락으로 버려졌던 헤이즐우드 그린 공터에 자율주행 테스트센터를 만들었다.

조엘 리드 피츠버그로보틱스 총괄 디렉터는 "이제 피츠버그는 러스트벨트가 아닌 브레인벨트(Brain Belt)로 불린다"고 말했다. 1979년 미국 최초로 로봇 전공학부를 설립한 CMU는 산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연구소(RI)를 보유하고 있다. 최초의 자율주행 차량도 이 대학 실험실에서 나왔다. 대학 재단은 로봇 연구에 1억5000만달러(약 2012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로봇혁신센터를 세워 연구·창업 역량을 총집결시킬 계획이다. 매슈 로버슨 CMU RI 소장은 "로봇혁신센터는 인재 육성, 창업, 투자 유치 등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피츠버그의 로봇산업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피츠버그에 위치한 국가로봇기술센터(NREC)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과 협력해 국방·안보와 관련한 로봇을 개발한다.

미국 대학가 곳곳에서는 RI 설립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로봇산업의 인재 수요를 대학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근 로봇연구소를 확장한 UC샌디에이고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대표적이다. 미시간대는 포드의 후원을 받아 RI를 설립했다. 지난해 포드가 7500만달러(약 988억원)를 투입해 완공된 로봇센터에서는 실제 시장에서 쓰일 수 있는 로봇을 중심으로 산학협력을 진행한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약 2조달러(약 2681조8000억원)의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5800억달러(약 777조8960억원)를 연구개발과 제조업 진흥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후 최대 규모의 재정 투입 계획을 발표하는 장소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로봇 클러스터'로의 변신에 성공한 피츠버그를 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보스턴·피츠버그·실리콘밸리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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