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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심야엔 택시비 4배 불러도 안잡혀" 분통

김대은 기자

입력 : 
2022-08-24 17:37:21
수정 : 
2022-08-24 20: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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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전쟁 언제까지

강남역~서울역 1만원초반
모든 호출 택시 배차 못받아
탄력요금도 심야대란 해결못해
◆ 혼돈의 모빌리티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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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밤 12시께 매일경제가 강남역에서 서울역까지의 요금을 확인해 본 결과, 거리요금은 1만1700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배차요청에는 심야할증 20%가 붙어 1만4000원가량 예상운임이 적용됐다. 카카오T를 비롯해 우버택시(UT), 반반택시, 마카롱택시, 티머니온다 등 다른 택시 앱도 대체로 1만4000원 정도의 요금을 나타냈지만, 실제 배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호출비가 최대 3000원까지 상승했지만 택시를 잡을 수 없었고, 현재 부를 수 있는 택시가 없다는 안내문만 계속 표시됐다. 더 비싼 기본요금에 최대 4배의 탄력요금제를 적용하는 대형·고급택시는 간간이 4만~5만원대에 배차가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지만, 호출 버튼을 눌러도 실제 배차가 되진 않았다.

이처럼 심야시간 택시비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기사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각종 할증요금에 더해 최대 4배 운임이 가능한 탄력요금제 때문이다. 심야시간 택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 상태에서, 정부가 '택시요금 인상을 통한 공급 확대'를 정책 기조로 삼은 탓이기도 하다. 서울 중형택시의 경우 심야시간에는 기본료가 3800원에서 4600원으로 800원 오르고, 거리에 따른 요금도 100원에서 120원으로 오른다. 또한 카카오블랙이나 우버블랙과 같은 고급택시는 기본요금이 6000원, 8000원 식으로 비싸고, 최대 4배까지 요금을 올려받을 수 있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한다. 한 모범택시 운전사는 "요즘 모범택시가 제일 싸다"며 "같은 그랜저, K9으로 운전하며 카카오블랙 호출을 받아 3배씩 더 받는 건 기사로서도 이상하다"고 했다. 평소 2만~3만원이면 되는 거리인데 심야에 탄력요금까지 붙으면 10만원 가까이 요금이 올라가기 십상인 이유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택시 기사 공급이 줄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고객이 고급택시를 호출할 경우 최대 4배 운임을 요구하면서 지나치게 비싼 요금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내부 자료를 살펴보면 주로 고령의 개인택시 기사가 오후 6시께 영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늦은 시간에도 운행을 할 수 있는 보다 젊은 기사의 유입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요금을 올린다고 해서 택시대란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기본요금을 인상하면 낮시간대에는 승객이 더욱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심야시간대에만 추가 요금을 받는 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택시 플랫폼 고위 관계자는 "택시 수요가 높아지는 심야 '피크시간대'에 운행할 수 있는 양은 결국 고정되어 있다"며 "탄력요금제를 통해 심야요금을 인상해도 그중에서 비교적 장거리 콜만 잡히는 상황은 그대로일 것으로, 택시 공급이 늘어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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