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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순이익 줄어도 배당 늘렸다…뿌리 내리는 주주환원

강인선 기자

입력 : 
2022-08-24 17:33:30
수정 : 
2022-08-25 11: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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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상장사 배당금 20% 증가

작년보다 순익 3% 감소에도
배당 총액은 도리어 높아져

하이닉스·가스 등 SK계열사
사상 최초로 `중간배당` 지급
호실적 금융·정유도 더 늘려

KCC글라스·상상인 등 16곳
실적 부진에도 배당 확대
◆ 성큼 다가온 배당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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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국내 상장사 배당 증가는 SK그룹 계열사와 금융·에너지주가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SK 계열사를 비롯해 CJ제일제당·JB금융지주 등은 올해 사상 처음 중간배당을 지급하면서 주주 환원에 관심을 보였고, 순이익이 늘어난 종목은 배당 증가로 주주들에게 보답했다. 증권가에서는 배당을 꾸준하게 지급하면서도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에서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현금 배당금을 늘리거나 신규로 지급한 기업은 25곳이다. 이 중 SK 계열사와 금융주가 두드러졌다. SK 계열사 중에서는 SK(주)가 배당금을 793억원에서 850억원으로 7% 늘렸고, SK하이닉스·SK디스커버리·SK가스·SK케미칼·SK디앤디는 지난해 없었던 중간배당을 지급했다.

금리 인상으로 순이익이 늘어난 금융주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KB금융은 이 기간 배당금을 2922억원에서 3896억원으로 33%, 신한지주는 1602억원에서 4254억원으로 166% 늘렸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배당금이 1%, 14%씩 상승했으며 JB금융지주는 지난해 상반기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233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고유가로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이익률이 급증한 에쓰오일도 배당금을 순이익 증가율과 같은 폭(150%)만큼 올렸다.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에서 배당 증가율이 높았다. 코스피 상장사는 지난해 상반기 현금 배당 총액이 7조4392억원이었는데 지난 상반기에는 8조9234억원을 지급해 20% 늘었다. 배당성향은 6.59%에서 8.18%로 증가했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는 현금 배당총액이 같은 기간 728억원에서 1107억원으로 52%가량 증가했다. 배당성향도 0.95%에서 1.5%로 늘었다. 올해 전체로 시계를 넓혀도 배당금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간배당을 하는 기업 대부분은 주주 환원 정책을 공개하면서 배당 근거가 되는 재원과 대강의 비율 등을 밝히고 있다"며 "경영진이 이 정책을 벗어나 하반기에 배당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는 기업은 그러지 않는 기업에 비해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배당을 하는 것 자체가 기업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배당주는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매력이 올라가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유휴현금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두지 않는 것이 과잉 투자를 피하고 경영진의 사적 현금 유용을 막는다는 측면 등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배당성향이 과도하게 높거나 순이익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은 배당 지급은 장기적으로는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상반기 배당을 늘린 코스피 상장사 31곳 중 순이익 역시 증가한 기업은 18곳이었다. SK·SK하이닉스·포스코홀딩스·KB금융·신한지주·에쓰오일·우리금융지주·에스디바이오센서·CJ제일제당·JB금융지주·두산밥캣·SK디앤디·TYM·미원에스씨·미원상사·제이에스코퍼레이션 등은 순이익과 배당금이 함께 늘었다. 코스닥에서는 인탑스·에스에프에이·코웰패션·에코마케팅·케어젠·삼양옵틱스·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순이익과 함께 배당금을 늘린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순이익보다 더 큰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기업도 있다. 코스피 상장사 13곳, 코스닥 상장사 3곳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줄었음에도 배당을 늘렸다. 코스피에서는 하나금융지주·SK텔레콤·KCC글라스·한샘·영풍제지·신흥·진양산업·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코스닥에서는 상상인·고려신용정보·크레버스가 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배당을 늘렸다.

중간배당은 올해 초 결산배당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순이익이 배당금의 재원이지만,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하락하면서 생긴 주가 하락 우려를 배당 지급을 통해 조절하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내 배당주에 투자할 때는 배당수익률(1주당 지급하는 배당금)이 시중은행 이자와 비교해 충분히 높은지, 5년 이상 꾸준한 배당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잉여 현금 흐름이 순유입을 기록해 재투자 필요성이 적은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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