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사회

`입주 도우미` 월급 5년새 2배 껑충…워킹맘, 직장 포기도 고민

글자크기 설정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230만가구 맞벌이 부부

출퇴근 시간 바쁜 직장인들
등·하원만 `쪼개기 고용` 해도
月 100만원~150만원 들어
`좋은 이모` 모시기도 별따기

싱가포르 근무후 귀국한 30대
"수년간 아이 돌봐주시던
현지도우미 입국 막혀 막막"
◆ 외국인 가사도우미 물꼬트자 ② ◆

사진설명
서울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 모씨(34)는 2년 전 아이를 낳자마자 성북구로 이사를 갔다. 맞벌이인 박씨 부부는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없어 친정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성북구로 전세대출까지 받아 급하게 이사를 해야 했다. 현재 친정 부모님이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은 4세까지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내년부터 유치원을 다니면 보육시간은 짧아지고 비용은 늘어나는데 부모님께 더 부담이 될 듯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둘째는 생각도 못 하고 설사 더 낳고 싶어도 친정 부모님이 더는 못 하시겠다며 완강하게 거절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어린 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부부들은 일과 양육을 병행하며 아슬아슬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맞벌이 부부가 외부 도움 없이 자녀를 키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8세 미만 자녀를 기르는 430만가구 중 절반 이상인 230만가구가 이와 같은 맞벌이 부부에 해당한다. 엄마가 집에 남아 자녀를 돌보는 전통적인 가족상보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기르는 경우가 더 일반적인 셈이다. 최근 정부가 부랴부랴 '만 5세 입학' '초등전일제' 등 부부의 양육부담을 국가로 옮겨오려는 시도에 나선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엄마가 취업한 가구에서 낮 시간에 자녀를 주로 돌보는 방식은 기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69.1%로 가장 많았다. 엄마가 취업한 경우에도 낮 시간 중 본인이 직접 돌보는 시간이 가장 길다는 응답도 15.2%에 달했다. 그 외 조부모가 돌본다(10.5%), 육아전문인력에게 맡긴다(2.4%)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녀를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교육시설에 맡긴 경우에도 부모가 직장에 있는 동안 등·하원하게 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퇴근시간이 자녀 하원 시간보다 늦은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이 많다.

조부모님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역시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면서 늘 죄책감을 가지고 지내야 하는 것은 물론 금전적인 감사 표시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하다.

지난해 양육에 있어서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은 가구 절반에 해당하는 49.7%가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용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돈을 지급하는 경우 그 금액은 월 100만원 이상이 36.1%로 가장 많았으며 50만~59만원 사이가 22.7%로 그 뒤를 이었다.

민간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담이 만만찮다. 최근 입주 육아도우미 월급은 350만~400만원에 형성돼 있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는 월 230만~280만원이다.

등·하원 시간만 도움을 받아도 월 100만~150만원의 높은 비용이 든다.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맞벌이 부부도 등·하원 시간에만 '쪼개기 고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민간 베이비시터 이용시간은 자녀 하원 시간(25.2%)이 가장 많았고 등원 및 하원 시간(13.8%), 등원 시간(11.6%), 하루 종일(8.9%) 등이 뒤를 이었다.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양육비에 조부모님 용돈이나 베이비시터 월급을 주고 나면 맞벌이 부부 둘 중 한 명의 월급을 전부 자녀에게 쏟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2만원대 800g짜리 분유 한 통을 한 달에 5통을 비울 경우 월 10만원이 고정적으로 나간다. 기저귀 한 개당 가격이 250~400원대임을 고려하면 2~3세까지 하루에 12개씩만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역시 월 9만~14만4000원의 비용이 든다.

유치원에 입학하면 월 평균 18만8700원의 원비를 내야 하고 여기에 특별활동을 늘리거나 자녀를 영어유치원 등 사설기관에 보낼 경우 비용 부담은 훨씬 늘어난다. 아이와 함께 야외활동, 외식, 여행 등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자 한다면 비용은 더욱 추가된다. 벌이가 넉넉하지 못한 맞벌이 부부가 출산을 포기하기 쉬운 환경이다.

아이 돌봄 서비스의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모자라는 탓에 추석, 연말 보너스나 생일 선물 등 온갖 조건을 내세워 서로 좋은 '이모님'을 모셔가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국내에선 한국인 또는 중국동포 등을 제외하고는 가사근로자로 고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재외동포 비자가 있는 경우 가사근로자 기관에 취업이 가능하지만 보통 외국인들이 받는 방문취업 비자로는 취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고충을 겪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외국인 베이비시터에게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4년 반 해외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송 모씨(39)는 현지에서 아이를 돌봐주던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한국에 입국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송씨는 "수년간 아이를 맡아주신 분이라 아이도 애착을 많이 느껴서 급여를 올려주는 조건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것을 제안했고 당사자도 동의했는데 입국이 막혔다"며 "한국에서 새로 베이비시터를 구하려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데 앞으로 자녀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문가영 기자 / 고보현 기자 / 한상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