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급중단예고 후폭풍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 가격
장중 295유로…지난3월 육박
서방 제재에 벼랑끝 몰린 러
유럽行 가스관 볼모로 삼아
獨 물가상승률 두자릿수 우려
英 내년 1월 인플레 19% 전망
가구 3분의1 `연료빈곤` 예고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 가격
장중 295유로…지난3월 육박
서방 제재에 벼랑끝 몰린 러
유럽行 가스관 볼모로 삼아
獨 물가상승률 두자릿수 우려
英 내년 1월 인플레 19% 전망
가구 3분의1 `연료빈곤` 예고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가스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약 1년 전인 지난해 8월 23일 MWh당 26유로에 그쳤던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 가격은 올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 부족 우려가 확산하면서 가파르게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인 지난 3월 초 MWh당 300유로 선까지 급등했던 TTF 가격은 지난주까지 최근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2일(현지시간) MWh당 276.75유로를 찍었다. TTF는 장중 한때 MWh당 295유로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3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스프롬의 이번 가스 공급 중단 발표는 유럽 국가들이 앞으로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가스 등 충분한 연료 확보에 집중하는 와중에 나왔다. 러시아가 밝힌 이번 노르트스트림-1 폐쇄의 대외적 이유는 '가스관 압축기의 정기점검'이다. 가스프롬은 이번 정비 작업이 별다른 문제없이 완료될 경우 유럽으로의 가스 송출이 하루 3300만㎥ 수준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방의 경제 제재로 막다른 길에 다다른 러시아가 유럽의 생명줄인 가스를 볼모로 삼고 위기에서 빠져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지자 최근 몇 주 동안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 현재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는 기존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수차례 가스관 관리를 위한 장비 노후화 문제 등을 언급했지만, 독일은 이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속 에너지 가격을 올리기 위한 러시아의 정치공작으로 보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의 에너지 가격 급등은 경기 침체 우려와 소비자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22일(현지시간) 월간 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올가을 물가 상승률이 10%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분데스방크는 인플레이션 심화의 근본 요인으로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꼽았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세계 각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영국에서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씨티은행은 내년 1월 영국 물가 상승률이 18.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에너지 시장 자문업체 콘월인사이트는 내년 1분기 영국 전체 가구 중 3분의 1 수준인 약 1050만가구가 '연료 빈곤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홀거 슈미딩 독일 베렌베르크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유럽의 다른 국가로 연결되는 또 다른 가스관을 추가적으로 폐쇄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즉각적인 가스 공급 감축은 독일 등 유럽 국가를 혹독한 겨울에 빠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은 SNS를 통해 "우리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난방과 식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거나 둘 다 얻지 못하는 비극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에너지 가격 상한선 동결을 요구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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