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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로화 20년 만에 최저…美 긴축 땐 추가 하락 가능성

최현재 기자

입력 : 
2022-08-23 17:41:43
수정 : 
2022-08-23 17: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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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1달러=1유로` 또 깨져
에너지 위기에 경기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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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에너지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향방과 유럽 에너지 수급 상황에 따라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93% 하락한 0.9943달러를 기록해 2002년 12월 2일(0.9968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달 14일 장중 한때 0.9952달러에 거래되며 유로·달러 패리티(유로화와 달러의 1대1 등가 교환)가 깨진 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붕괴된 것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게 유로화 가치 추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가스프롬이 독일로 가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유지보수를 이유로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이후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이날 런던 ICE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가스 9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278유로를 기록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FT는 "유럽의 TTF 가격이 지난 10년 평균 대비 14배 이상 상승하면서 산업 생산이 위축돼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정책 강도에 따라 가스 가격이 향후 요동칠 수 있다는 점도 유럽 경기 침체의 그림자를 짙게 한다. 영국 에너지 리서치 기관 에너지애스펙츠의 유럽담당 책임자 제임스 워들은 "정부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점점 더 극단적인 가격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유로화의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유럽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인한 경기 침체 위험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보다 매파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 연준의 통화 긴축 움직임이 유로화 약세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금융그룹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분석가는 "여름이 끝날 무렵 유로화는 다시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유럽 경제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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