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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엔저에 돌아온 `와타나베 부인`…값싼 엔화 빌려 해외투기 기승

신윤재 기자

입력 : 
2022-08-23 17:41:24
수정 : 
2022-08-23 17: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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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값 변동률 29개월來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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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엔화 가치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를 고수하면서 벌어진 미·일 간 금리 차로 엔케리 트레이드 등 해외 투기가 늘어나면서 개인의 외환증거금 거래(FX 거래)가 역대급 규모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1개월간 엔·달러 환율 일일 변동률이 2020년 3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엔·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률은 1.2%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감염 확산으로 인한 외환시장 혼란으로 일일 변동률이 2%에 근접했던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엔화는 전통적으로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변동률이 낮아 안전자산으로 인식돼왔다. 2020년 이후 평균치로 G10(주요 10개국) 통화 중 달러에 대한 변동률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국 파운드화보다도 변동률이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14일 달러당 139.38엔으로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에 이달 초 달러당 130.40엔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다시 달러당 137엔대 중반을 기록하며 불과 3주 만에 7엔가량 낮아지는 등 단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 일일 변동폭은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15거래일 중 14거래일 동안 1엔을 넘었다.

엔저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여전히 많다. 그레그 앤더슨 BMO캐피털마켓 글로벌 외환 전략 책임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엔 매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FX 거래를 하는 개인도 늘고 있다. 특히 30대 등 젊은 세대가 FX 거래를 위해 계좌를 개설하고 있고, 동시에 계좌 이용률도 늘어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와타나베 부인'(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달러 등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인)이 돌아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엔화 거래량도 늘고 있다. 일본금융선물거래업협회에 따르면 달러·엔 거래 규모는 지난 6월 전년 동기 대비 3.3배 늘어난 950조엔을 넘어섰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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