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협 30년史` 산증인
이충구 KFTC베이징 사장
1992년 대우 주재원으로 첫발
대우 해체후 車부품사업 나서
당시 중국 그야말로 블루오션
한국 물건은 날개돋친듯 팔려
사드사태 이후 중국 확 달라져
혐한정서 싹트고 기업도 타격
중국기업들 정말 무섭게 성장
한국이 앞서는 분야 몇 개 안돼
이충구 KFTC베이징 사장
1992년 대우 주재원으로 첫발
대우 해체후 車부품사업 나서
당시 중국 그야말로 블루오션
한국 물건은 날개돋친듯 팔려
사드사태 이후 중국 확 달라져
혐한정서 싹트고 기업도 타격
중국기업들 정말 무섭게 성장
한국이 앞서는 분야 몇 개 안돼
한국도 이러한 세계 흐름에 올라타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자 기업인들이 분주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가장 거대한 시장이 바로 옆에 열렸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이 달콤한 성공의 꿈을 꾸며 중국으로 향했다. 그런 거대한 행렬에 이충구 KFTC(코리아에프티) 베이징 사장(71)도 있었다. 매일경제신문이 베이징 현지에서 이 사장을 만나 한중 수교 이후 30년간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 역사와 생존기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이 사장이 처음 중국 땅을 밟은 것은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이다. 그는 당시 대우실업 시장개척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중국시장을 개척하라"는 김우중 회장의 지시가 내려왔다. 서울대 중문과 출신인 그는 바로 다음날 베이징지사로 발령이 났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30년 전 중국시장은 진짜 블루오션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중국에는 괜찮은 상품을 만들 만한 기술력과 자본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상사맨이 괜찮은 물건을 한국에서 가져오기만 하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습니다."
사업은 순탄했다. 2000년대 들어 현대차의 중국 사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KFTC베이징도 함께 성장한 것이다. 그는 "당시 한국에 출장을 가면 지인들이 너도나도 꼬치꼬치 물어볼 정도로 중국시장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없던 혐한 정서가 중국에 싹텄고, 한국인이 중국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왕징 내 한식당 숫자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장은 한국 기업이 위기를 겪은 원인을 사드 사태에서만 찾는 건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30년 동안 중국 기업들이 정말 무섭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는 세계적인 회사가 대부분 진출해 있는데, 여기서 중국인이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첨단기술과 최신 경영 기법을 배웠다. 이들이 현재 중국 현지 회사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중국 기업들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졌다.
이 사장은 "지금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중국 기업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분야는 몇 개 되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중국이 한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최대 경쟁자이자 위협 요인이 된 것이 지난 30년간 가장 큰 변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사장은 "매년 달라지는 중국 경제와 기업들 위상을 직시하고 중국 법규와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여생도 중국에서 보낼 계획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인이 많이 떠났지만, 나는 중국에 남아 꿈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중국은 내 인생 30년을 바친 또 하나의 삶의 터전"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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