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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요소수 대란 300일…주요 핵심물자 비축은 제자리

전경운 기자

입력 : 
2022-08-19 17:46:45
수정 : 
2022-09-02 16: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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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후 정부 노력에도
주요 물자 보관·관리에 난항

품목따라 관리 부처 제각각
범부처 통합관리시스템 시급

정부, 공급망기본법 제정해
"재정·세제·금융 종합지원"
사진설명
정부가 공급망 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매일경제신문 보도 이후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지 300일이 지났지만, 아직 정부는 요소 비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수 대란 직후 정부가 요소를 긴급수급물자로 지정하고 비축을 지속적으로 검토했지만 보관기한 등 현실적 조건에 부딪히면서다. 19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추진된 정부의 요소 비축 작업이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요소는 부피가 커 대규모 보관시설이 필요한 데다 보관기한이 짧아 비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요소는 보관기한이 3개월 수준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요소를 활용하는 국내 업체들과 연계해 재고를 순환하면서 일정 물량을 비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공급망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요소수 사태 이후 요소를 비롯해 수급 위험이 있는 핵심 품목 비축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대다수 품목이 비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부가 200개 핵심 품목을 조사한 결과, 요소·활성탄 등을 포함해 8개 품목에 대해 비축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독성 물질로 분류돼 특수 보관시설이 요구되거나 제조업체별로 사용하는 규격 자체가 모두 달라 정부가 독자적으로 비축할 수 없는 등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 경우가 많았다.

결국 글로벌 공급망 위험을 해소하려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위기 발생 시 즉각적으로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앤 범부처 통합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를 인정하고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범부처 공급망 EWS 구축을 위한 용역 제안서에서 "부처 간 정보 칸막이 등에 따른 제약 때문에 요소수 사례에서 적시에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요소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 수입 업체의 대량 매입 등 이상 징후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확인하고 전달하는 시스템이 부재했다"며 "정보 전달이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등 물품 소관 부처로 한정돼 국토교통부 등 유관 부처가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요소수가 물류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는 부처임에도 관련 정보를 초기에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우리 기업이 전 세계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도록 재정·세제·금융 등 종합 지원방안을 담은 공급망 기본법 제정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미국이 '인플레 감축법' '반도체 지원법' 등을 통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재편을 밀어붙이는 등 글로벌 공급망이 급변하는 데 따라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날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공급망 안정화 관련 경제 6단체 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 제정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경제 6단체에 공급망 기본법을 설명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가 경제계에 공급망 기본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일부 기업은 힘든 여건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포함해 여전히 많은 기업이 급격한 변화에 맞춰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처별로 개별 법률에 따라 다양한 방안으로 관련 산업을 진행 중이지만 공급망 위험 포착, 재정·세제·금융 등 종합 지원, 위기 발생 시 긴급조치 대응방안을 각 법률에 모두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 차관은 "정부는 공급망 기본법 제정을 추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체계를 확립하고,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안정망을 갖출 것"이라며 "경제 안보와 직결된 핵심 품목·서비스를 관리하는 정부 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부처가 소관 산업의 안정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별도로 공급망 안정화 기금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경제계 의견 수렴을 시작으로 관련 업계와 학계·전문가 의견을 모아 공급망 기본법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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