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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0년간 차곡차곡 식량 챙긴 日…추락하는 자급률 쳐다만 본 韓

송광섭,송민근 기자

송광섭,송민근 기자

입력 : 
2022-08-14 17:44:19
수정 : 
2022-08-15 13: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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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지수 韓 32위 vs 日 8위
무엇이 갈랐나


韓 곡물자급률 역대최저 20%
밀·옥수수 자급률 1%도 안돼

日 1970년대부터 공급망 구축
곡물터미널·저장고 다수 확보

CJ제일제당·포스코인터 등
해외 곡물조달 네트워크 탄탄
비축량 확대·수입처 다변화에
민간 역량 활용하는게 효과적
◆ 이상기후에 2차 식량 위기 ◆

사진설명
인천항 곡물창고에서 곡물가루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매경DB]
지난해 한국 곡물 자급률은 역대 최저인 20%까지 떨어졌다. 1970년(80%)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쌀을 제외한 밀·옥수수는 자급률이 1%가 채 안 된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 한국의 식량안보가 더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곡물 수요량 2104만t 중 76.6%인 1611만t(2019년 기준)을 수입하고 있다.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이다. 1980년 4.8%였던 밀 자급률은 40년이 지난 2019년 0.5%로 뚝 떨어졌다. 실제 국내 1인당 밀 소비량은 2010년 32.1㎏에서 2020년 31.2㎏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같은 기간 국내 밀 생산량은 3만9000t에서 1만7000t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과 상황이 가장 비슷한 국가는 일본이다. 두 나라 모두 땅이 좁다 보니 해외 식량 의존도가 매우 높아 식량안보가 중요한 상태다. 이에 일본은 1970년대부터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공급망 구축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일본은 수년째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순위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곡물 자급률도 1980년부터 40년 넘게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처럼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면 식량 공급망 구축, 특히 비축량 확보와 공급처 다변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일례로 기업들이 곡물 비축량을 늘릴 때 추가로 들어가는 보관·금융 비용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기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홍상 KREI 원장은 "비축량을 늘리면 기업은 추가 비용이 들지만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국제 곡물시장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기간만큼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1970년대부터 한국의 농협중앙회 격인 젠노(JA)와 종합상사들이 해외에 진출해 곡물터미널·곡물저장고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일본은 GFSI 순위가 2012년 11위에서 지난해 8위로 3단계 상승했다. 2020년에는 4위까지 올랐다. 특히 대부분 평가 항목에서 한국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식량안보전략 항목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난 10년간 식량안보전략 항목에서 모두 100점을 받았다. 곡물 자급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1980년부터 40년간 밀 자급률이 급락했지만 일본은 이 기간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곡물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도 정부보다 해외 네트워크 등이 강한 CJ제일제당 포스코인터내셔널 하림 등 민간의 힘을 활용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밀은 미국 호주 우크라이나 3개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무려 78.3%(2019년 기준)에 달한다. 일본의 3개국 수입 비중(33.0%)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콩은 미국 브라질 2개국 수입 비중이 93.1%, 옥수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미국 3개국 수입 비중이 82.4%에 이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량 공급망 강화를 위해 올 4분기 발표할 예정인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방안'에 국내 기업의 해외 농업사업을 간접 지원하는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또 곡물 수급 안정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을 용이하게 반입할 수 있도록 해외 농업·산림자원개발협력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곡물 수급 비상시 정부가 해외 곡물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곡물 반입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반입 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보상 규정은 없다. 이에 손실 보상 근거를 이번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동시에 정부의 외교적인 지원책이 동반돼야 식량 안보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요 식량 수출국과 '식량 스왑'을 체결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비상시 식량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평상시 국가 간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송광섭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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