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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中전기차에 국내시장 다 내줄판

원호섭 기자

입력 : 
2022-08-14 17:14:09
수정 : 
2022-08-14 20: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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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트럭 한국 공습

싼 가격에 빠른 출고 무기로
수입상용차 시장서 2위 질주

포터·봉고 전기차 생산 지연
대안 찾는 소상공인수요도 커
사진설명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자국의 넓은 전기차 시장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미국·유럽 브랜드 등에 비해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향후 확대되는 전기차 시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이미 국내 전기이륜차와 전기버스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 만큼 업계에서는 승용차와 상용차 부문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둥펑샤오캉(동풍소콘)은 중국 국영기업 둥펑자동차그룹의 산하 브랜드로, 둥펑차의 승용차와 전기상용차를 생산해 수출·판매한다. 2019년 한국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5를 선보인 적이 있는데, 당시 싼타페급 차량을 2000만원대 초반이라는 싼 가격에 판매해 초도 물량 100대가 완판됐다. 하지만 국산차와 비교했을 때 옵션과 성능이 부족해 계속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국내에 들여온 소형 전기트럭 '마사다'는 달랐다. 판매를 시작한 지난 4월 346대가 팔리며 볼보트럭을 제치고 단숨에 수입 상용차 부문 1위에 올랐다. 5월에는 2위로 잠시 내려갔지만 6~7월 두 달 연속 142대, 217대가 판매되며 1위를 유지했다. 국내 수입 상용차 시장에서 항상 1~3위를 지킨 볼보트럭과 스카니아, 만의 순위는 한 단계씩 뒤로 밀려났다. 1~7월 전체 판매량 부문에서도 마사다는 808대를 기록하며 1위 볼보트럭(977대)을 턱밑까지 뒤쫓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트럭 마사다는 포터EV, 봉고EV와 비교하면 첨단 사양과 주행 거리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하지만 택배차를 비롯해 소상공인이 사용하기에 큰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포터와 봉고의 출고 기간이 길고 유가까지 높아 소상공인에게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이 틈을 마사다가 절묘하게 파고들었다"고 덧붙였다.

완성차업계에서는 마사다 돌풍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국내 전기트럭과의 대등한 경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올해 1~7월 포터EV와 봉고EV 등 현대차와 기아의 1t 전기트럭 판매량은 2만1665대에 달한다. 마사다는 808대가 판매돼 비율로 따져도 4%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차 반도체 부족 현상이 최소한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그사이 마사다와 함께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진출이 확대된다면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력과 가성비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수입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덜 주는 등 차별적인 정책을 펼칠 수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전기차에 유리한 정책을 함부로 추진했다가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기술 격차를 확대하는 방법 외에 딱히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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