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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조7천억 쏟았지만 강남 또 물바다…"수방대책 원점 재검토를"

류영욱 기자

입력 : 
2022-08-09 17:39:38
수정 : 
2022-08-10 18: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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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강남지역 침수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
집중호우때마다 침수 피해
강남역, 서초보다 14m 낮아
폭우땐 빗물 모여 역류까지

2015년 배수대책 보고서엔
하수시설 등 4개항목 지적

서울시 "시간당 85㎜ 대응
100㎜ 이상땐 감당 못해"

수방대책예산은 3년째 감소
◆ 중부지방 물폭탄 ◆

사진설명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 전날 내린 폭우로 차량이 침수되자 운전자들이 버려둔 차량들이 어지럽게 방치돼 있다. 이곳은 상습 침수 지역으로 지난 8일 오후 9시께 차량 지붕 위까지 덮을 정도로 물이 들어찼다. [박형기 기자]
9일 서울 핵심 도심 중 하나인 강남역 일대가 또다시 물바다가 됐다. 최근 10여 년간 상습적인 침수와 이에 따른 대책 강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100mm가 넘게 쏟아지는 재해급 집중호우와 지형적 특이점, 하수관거의 물 수용능력 부족이란 악재가 겹치며 또다시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강남 일대는 2010년 9월 집중호우와 우면산 산사태로 이어진 2011년 7월 폭우 등 이전부터 상습적으로 침해 피해를 입어왔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2011년부터 2020년 중 7년을 호우로 인한 피해를 봤다. 집중호우가 계속된 2010~2014년 사이 피해액은 약 22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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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상습 침수 원인은 지형적 원인과 하수시설의 한계로 요약된다. 서울시가 2015년 3월에 발표한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에는 △오목한 항아리 지형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 부족 △삼성사옥 하수암거 시공 오류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강남 일대는 주변 지대보다 10m 이상 지대가 낮고, 강남역은 인근 서초역보다 14m 낮은 지대에 있다. 양옆이 높고 가운데가 오목하게 파인 지역이라 비가 내리면 주변 빗물이 모여 침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빗물을 서초구 반포천으로 흐르게 하는 하수관의 경사 방향을 잘못 시공해 빗물이 역류하거나 도로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빗물 흡수가 안 되는 아스팔트 지대가 많은 것도 악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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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서울시는 배수구역 경계를 조정하고, 반포천 유역분리터널을 건설하는 등 주요 침수취약지역 33개소에 대해 1조4000억원 규모의 방지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도 역부족이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서울 지역 도로 31곳, 지하차도 11곳, 지하철역사 7곳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특히 강남 지역은 시간당 최고 1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려 피해가 컸다. 개포, 일원, 구반포 등 지하차도 상당수가 물에 잠기고 강남대로 등 도로 곳곳도 물폭탄의 영향을 받았다. 강남 세브란스병원과 코엑스 지하 주차장, 아파트 곳곳에서도 물이 차올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재 성능을 높이는 것은 규격을 키우는 것이고 이는 더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며 "예산과 성능 간 적정 균형이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수방 대책 예산이 3년 연속 감소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서울시 수방·치수 분야 예산은 4202억원으로, 지난해(5098억원)보다 896억원 줄어든 규모다. 시 수방 예산은 2011년 호우 피해 이후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듬해부터 감소 일로다.

시는 예산 감축 배경에 대해 치수 관련 대규모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 10년간 총 3조6792억원을 투입했고, 총 45개 사업 중 40개를 완료했다"며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2020년부터 감소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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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내 도로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당초 편성된 수방 예산 4450억원 중 248억원(5.9%)을 추가 삭감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던 시의회가 정치적인 이유로 예산을 볼모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측은 "오세훈 시장은 취임 수방 및 치수 안전대책 강화를 위해 민선 8기 취임 직후 제2회 추경 편성 시 삭감된 예산을 포함해 292억원을 복원하고 긴급 추가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 예산은 안전등급 D등급 이하의 노후·불량 하수시설물 정비에 쓰일 예정이다. 시는 "(앞으로) 노후 하수도관 정비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재난관리기금(재난계정)을 활용해 재원 투자가 가능한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시설 설치가 더딘 것도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시가 2015년 대책을 발표하며 내놓은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2016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2024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그사이 2020년 8월 강남역에 하수가 역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제 대폭우로 서울에서 큰 인명 피해가 있었다"며 "어떤 경우라도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시장으로서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불편을 겪으신 피해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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